TV3社 「황석영 모셔오기」특명…가석방전부터 출연 섭외

  • 입력 1998년 4월 22일 06시 33분


○…‘황석영을 잡아라.’

최근 TV 3사 교양 프로의 제작진에게 떨어진 특명이었다.

지난달 13일 가석방된 작가 황석영(55)은 뉴스 시간을 통해 자료 화면으로 모습이 잠깐 공개된 것을 빼고는 89년 방북이후 망명과 투옥 등으로 TV와 담을 쌓고 지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황구라’라 불리는 그의 입심 또한 글솜씨 못지않게 구수하고도 찰진 것으로 이름나 있다.

방송3사의 치열한 모시기 작전 끝에 황석영은 26일 SBS ‘김동길의 선데이 매거진’(오전8시5분)과 22일 MBC ‘뉴스와 인물’(밤11시)에 출연키로 했다.

○…특히 ‘김동길…’팀이 황석영의 출연에 기울인 노력은 유비의 제갈량 모시기에서 유래된 ‘삼고초려(三顧草廬)’의 고사를 연상시킨다.

‘김동길…’팀의 박흥로차장은 황석영이 가석방되기 이전부터 그와 가까운 사람들을 통해 섭외를 시작했다. 출소 다음날부터는 황석영의 장인인 원로조각가 김영중씨를 통해 여러 차례 읍소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No’.

“당분간 창작만 하겠다. 감방 생활에서 막 돌아왔는데 방송사에서 조명을 받으며 이야기를 하는 게 힘들 것 같다”는 대답이었다.

‘구애작전’은 황석영이 건강검진을 위해 입원한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겨졌다. 박차장은 레지던트로 근무하는 동생까지 동원했으나 실패.

○…다음 단계는 “황선생님, 기억은 못하시겠지만 저랑 같이 막걸리를 마셨던 것 기억나세요” 등 개인적 인연을 강조하는 전화 작전.

드디어 최근 황석영측에서 “토크쇼 진행자가 누구냐” “대담은 어떻게 진행되느냐”는 물음이 와 사실상 ‘OK’ 사인이 떨어졌다고.

황석영은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여러 프로에서 출연요청 전화만 30여통을 받았다”면서 “거절하다 지쳐 두 프로에만 출연키로 했다”고 말했다.

〈김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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