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야기]美 투자자 「안정주의」

  • 입력 1998년 4월 21일 19시 39분


지금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주식투자자는 미국투자자들이라고 볼 수 있다.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는 미국 주가를 만끽하고 있다. 미국엔 지금 주식투자 열풍이 분다. 60세 이상의 할머니들로 구성된 ‘할머니투자클럽’도 많이 생겨났다. ‘주식투자를 위한 포트폴리오 구성’이 초등학생 숙제로 제시될 정도다.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미국투자자들이 보수적인 투자패턴을 보이고 있는 것은 흥미롭다. 일반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뮤추얼펀드 동향을 보면 4월 중 규모는 3백억달러가 늘었으나 실제 유입된 자금은 8억달러에 그쳤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보수성이 그대로 느껴진다. 미국인들이 그동안 애용했던 고위험 고수익의 성장형펀드에는 2억달러만 유입됐다. 반면 대형 블루칩에 주로 투자하는 안정형펀드에 6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들어갔다. 성장성 높은 해외투자펀드의 대명사였던 이머징펀드는 4월 중 1억2천만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초등학생부터 할머니까지 ‘생활 속의 투자’가 보편화된 미국의 투자자들이기에 자기 재산에 대한 위험과 수익을 적절히 배분하는 합리성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주가 움직임에 덩달아 흥분하지 않고 자기 재산을 냉정하게 관리하는 미국투자자의 합리적인 자세가 최고치를 경신하는 미국 주가의 원동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눈을 돌려 서울증시를 보자. 국내 대부분의 투자자는 하락하는 주가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다. 주가가 약세일 때 시장을 더 나쁘게 보는 것은 당연하지만 장세가 좋을 때 어려울 때를 대비하는 미국투자자의 자세를 뒤집어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종우(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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