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錢主」 찾아라…대기업에 『怪자금 대출』유혹

  • 입력 1998년 4월 21일 19시 24분


돈가뭄에 시달리는 대기업 중견기업에 수백억원에서 1조원에 이르는 뭉칫돈을 파격적인 금리로 빌려주겠다는 제의가 잇따르고 있어 사정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정당국은 ‘괴자금 대출제의’를 해온 중개인의 신원이 확실한데다 괴자금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정황증거’가 속속 나타남에 따라 국내에서 조성된 ‘검은 돈’이거나 외국에서 유입된 돈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비밀리에 내사하고 있다.

▼ 괴자금 실태 ▼

이달초 4대그룹의 하나인 A그룹 자금담당 P이사에게 유명 중소기업인이 중개인 자격으로 찾아와 “5천억∼1조원 가량의 돈을 ‘리보금리(런던 은행간 금리 5.5%+1∼2%)’의 이자율로 빌려주겠다”고 제의했다. 중간소개료(커미션) 1%가 붙어있기는 해도 파격적으로 싼 자금이었다.

P이사는 즉각 이 사실을 회장에게 보고하고 중역회의를 열었지만 “돈의 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돈을 썼다가 후에 어떤 일에 휘말릴지 모른다”는 판단이 내려져 상담을 중단시켰다. P이사는 이같은 제의가 국내 4대 그룹 모두에 있었음을 나중에 확인했다.

▼ 기업측 반응 ▼

국내 기업의 자금담당 임원들은 “일단 커미션을 먼저 요구하는 경우는 사기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연리 7∼8%가 넘고 자금출처도 감출 수 있는 무기명 장기채가 존재하는데 구태여 기업에 사채로 내놓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얘기.

그러나 커미션을 먼저 요구하지도 않으면서 싼 이자로 거액을 빌려준다는 믿을 만한 소개인들이 나타나는 경우가 문제인데 대기업 한 임원은 “적어도 국내 5대그룹은 금융권 외의 그런 돈을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 내사 ▼

사정당국은 현재까지의 내사결과로 볼 때 이같은 제의의 90%이상은 사기라고 결론 짓고 있다. 실제로 서울지검은 지난달 이같은 괴자금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은밀히 내사를 벌였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정당국은 최근 몇개 기업에 제시된 건은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면밀한 조사를 하고 있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태자당 또는 일본 야쿠자의 자금이 한국에 대거 유입됐다는 정보가 있어 내사중”이라며 “중개인들이 점조직으로 연결돼 있어 추적에 들어가면 도마뱀 꼬리처럼 중간에서 끊어져버려 추적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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