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25일 개봉 「조용한 가족」

  • 입력 1998년 4월 20일 20시 35분


결코 조용하지 않은 영화 ‘조용한 가족’이 기괴한 이야기 보따리를 들고 찾아온다.

어리숙하게도 인적이 드문 곳에 산장을 차린 뒤 투숙객들의 잇따른 죽음을 겪으면서 능숙한(?) 시체처리사로 변모하게 되는 6명의 일가족이 주인공. 관객을 열광케 하는 스타는 아니지만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 박인환 나문희 최민식 송강호와 신인 이윤성 고호경이 일가를 이뤘다.

김지운 감독 스스로 ‘코믹 잔혹극’이라 이름붙였듯 그는 ‘조용한 가족’에서 완전히 코미디도 아니고 완전히 공포영화도 아닌, 장르의 합성을 통해 관객의 허를 찌르는 기발한 블랙코미디를 버무려냈다.

그러나 잔혹극보다는 코믹쪽에 더 가깝다. 불길한 일이 일어나리라는 예감은 그 느낌을 전달하는 역을 맡은 고호경보다 쉴새없이 지껄이는 노파를 통해 전해진다. 그것도 시사회장을 웃음바다로 만들면서.

영화의 배경을 공비 출몰지점과 일치시킨 것도 재미있다. 사살된 공비가 알고보니 이 가족이 파묻은 시체였다는 설정. 단순한 웃음을 넘어서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집단적 공포감의 실체를 조롱하는, 냉소적 재기가 번뜩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중반 이후 비슷한 살인사건이 반복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과 긴장, 이완이 약해져 다소 지루한 느낌을 받는 관객들도 있을 듯. 25일 개봉.

〈김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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