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말속뜻]『청문회 요구하지만…』 野 방어대책 고심

  • 입력 1998년 4월 20일 19시 52분


▼ “오늘 경제청문회를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할 것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라.”

한나라당 김철(金哲)대변인은 20일 경제청문회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야당의 고민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선(先) 청문회 후(後) 수사’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미 환란(換亂)과 종합금융사 개인휴대통신(PCS)인허가비리 수사에 들어간 검찰이 수사를 중단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또 경제청문회를 연다 해도 증인이나 참고인이 주로 구여권 인사들이 될 수밖에 없어 한나라당이 대여(對與)공세를 펴기도 쉽지 않다. 여권에 대한 공격 명분은 똑같은 사안을 놓고 청문회와 수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논리뿐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고육책으로 경제청문회를 추진할 수밖에 없게 됐다. 청문회마저 열지 않으면 여권이 주도하는 검찰수사에 일방적으로 당할 것이라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라”는 김대변인의 말 속에는 한나라당의 이같은 고민이 배어 있는 셈이다. 김대변인은 “환란 등은 정책판단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수사보다는 청문회를 통해 전모를 밝힌 뒤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무게는 별로 실리지 않았다.

〈김차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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