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형 이산」유행…전근잦은 회사원家長 홀로 임지에

  • 입력 1998년 4월 20일 19시 52분


경제난이 계속되면서 ‘IMF 이산가족’이 늘고 있다. 전근이 잦은 공무원 및 기업체 직원들이 먼저 살던 집을 판 돈으로 임지에 새 집을 구하려다 실패, 가장이 홀로 임시거처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

지난달 1일 서울에서 강릉지사로 발령 받은 L정유회사 박모과장(36). 지난해 전세금 1억2천5백만원에 2년계약으로 입주한 강남의 34평 아파트를 부동산소개소 4곳에 급히 내놓았으나 나가지 않았다. 박씨는 할 수 없이 아내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을 서울에 남겨둔 채 하숙생활을 시작했다.

박씨는 최근 이달안에 1억원을 내주고 잔금 2천5백만원은 2000년 1월에 지급하기로 한 서울 집주인의 제의를 순순히 수용했다. 그 기간에 2천5백만원에 대한 이자를 손해보게 됐지만 가족이 다시 합칠 수 있다는 생각에 주저없이 받아들인 것.

통계청과 관세청을 비롯해 7월부터 대전으로 이주하는 10개 정부기관 공무원들도 비상이 걸렸다.

특허청 이모사무관(43)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과 아내를 두고 대전에 작은 방을 얻어 홀로 지내기로 했다. 이씨는 “사춘기 자녀들에게 이사로 인한 부담을 주기 싫었다”고 말했다.

교사부인과 맞벌이를 하며 서울과 전남 광주에 헤어져 살고 있는 조달청 김모사무관(43)도 “초등학생 딸이 아빠가 보고 싶다고 조른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당장 합치고 싶지만 요즘시대에 맞벌이를 그만두기도 어렵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성창부동산 유종찬(柳鍾燦·38)씨는 “부동산 매매가 거의 중단되면서 임지에 집을 못구해 본의 아니게 이산가족이 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홍·이헌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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