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이야기/21일]라일락 그림자 짙은 봄밤의 향연

  • 입력 1998년 4월 20일 19시 33분


봄밤의 향기를 아는가.

누구는 북한산 보현봉(普賢峰)이 밤새 앓는 ‘진달래 포성(砲聲)’이라고도 하고,누구는 ‘그 집앞’ 가로등에 비치는 라일락의 슬픈 그림자라고도 하고, 또 누구는 해 저문 강가에 훨훨 날아들었다가, 나비인양 ‘저 산’으로 스미는 산벚나무 꽃잎이라고도 하는데…, 봄밤의 향기는 끝내 흐르지 못하는 ‘마음의 시간’ 같은 것은 아닐지.

맑은 뒤 남녘에선 차차 흐리다. 아침 10∼18도, 낮 24∼27도. 황사에 지친 봄볕이 여름을 부르는 듯.

그래선가, 불현듯 그리워지는구나. 그 어디선가 훅 끼치는 밤꽃 냄새, 아기 살웃음을 달고 흙담을 타오르는 나팔꽃, 두두둥 둥둥둥 두둥두 둥둥두둥 호박이 익어가는 소리….

〈이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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