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이렇게 키워요]미국인 페리부부

  • 입력 1998년 4월 20일 19시 33분


“일보다 가족이 중요하다”고 서슴지 않고 말하는 다국적기업 팸퍼스의 한국지사 마케팅부장인 미국인 커크 페리(31). 9개월 전 한국으로 발령받은 뒤 부인 재키(31), 두 딸 칼리(5) 코린(2)과 함께 한남동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다.

페리는 퇴근 뒤에 일이 더 많다. 현관에 마중 나오는 두 딸을 안아 주는 일, 유치원에 다니는 큰 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작은 딸의 더듬거리는 말에도 귀 기울이는 일, 마당에서 세발자전거 태워주기, 함께 공놀이하기 등. 아이들 목욕시키기도 아빠의 몫.

놀이는 되도록 교육적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것으로 한다. 지구의(地球儀)놀이를 자주 한다. 아빠가 “호주가 어디 있지?”라고 물으면 작은 딸도 위치를 금방 짚어낸다. 아울러 캥거루와 코알라, 그리고 호주풍경을 그림이나 컴퓨터 화면을 통해 보여 주고 설명도 곁들인다. 이같은 방식으로 벌써 여러 나라를 돌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도 뭔가 재미있고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것을 고른다.

어릴 땐 ‘잘 놀고 잘 먹는 게 최고’라는 게 이들의 믿음. 공부도 중요하지만 창의력을 키우는 게 이들의 관심사.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 단계가 높아질수록 공부가 어려워지는 게 미국의 교육인데 한국에선 좀 다른 것 같다”고 꼬집기도. 예절교육과 규칙지키기에도 신경을 쓴다. 작은 일에도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를 말하도록 가르친다. 밤 9시에는 꼭 잠자리에 들게 하고 어질러 놓은 장난감은 스스로 치우게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때는 가혹할 정도로 벌을 준다. 잘못한 아이를 부엌의 의자에 말없이 앉혀 놓는 ‘타임 아웃’을 주로 사용.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때만 의자에서 ‘풀어 준다’. 시간을 정해 놓는 경우도 있다. 아내 재키는 “마음은 아프지만 규칙을 따르게 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부부는 두 딸 모두 생후 6개월부터 부모와 따로 재워왔으나 최근 ‘함께 자는 게 좋다’는 연구가 나온 뒤로는 주말에 슬며시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아이들을 그냥 둔다.

〈윤양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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