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홍일점 서추자 『마구 두드리고 뛸수록 힘나요』

  • 입력 1998년 4월 20일 11시 50분


“그 여자 참 힘 좋네.”

뮤지컬 ‘난타’를 보러온 관객들이 극중 홍일점 주방장 서추자(25)를 보며 저마다 수군거리는 말. 그런 얘기를 들으면 그는 “칭찬”이라며 환하게 웃는다.

그러나 대북만한 무쇠 프라이팬을 한손으로 번쩍번쩍 들어올리며 깡총거리는 게 정말로 쉬운 일은 아니다. 무게 때문에 등줄기엔 식은 땀이 흐르지만 그는 객석을 보며 ‘이보다 더 어려울 때도 버텼는데 뭐. 난 할 수 있어’라고 다짐한다.

열살 이후 서추자에게는 ‘아빠 엄마가 있는 집’에 대한 기억이 없다. 부모의 이혼으로 두살배기 막내동생까지 2남2녀가 친할머니에게 맡겨진 것. 그는 형제중 맏이였고 보호자였다.

“철이 없어서였는지 제가 자랄 때는 크게 외로움을 몰랐어요. 오히려 자라는 동생들을 보면서 아 이럴 때 엄마가 학교에 가 주셨으면, 이럴 땐 아빠가 본보기가 되어주셨으면 하고 가슴 아플 때가 많았죠.”

그를 지탱하는 힘은 일단 머리부터 들이밀고 보는 ‘무대뽀정신’이다. 4년전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도 그는 대학로에 시간제 아르바이트 자리부터 구해놓고 극단문을 기웃거렸다.

“제가 뭐 다른 여자보다 특별히 힘이 세겠어요. 동생들과 버텨온 지난 시간이 ‘뭐든 할 수 있다’는 의지를 키워준 것뿐이에요.”

좀처럼 실수를 않는 서추자. 그러나 가족들이 보러오는 날이면 늘 허둥댄다. 특히 따로 사는 엄마가 왔던 날엔 ‘그러지 말아야지’하면서도 자꾸 객석을 흘깃거렸다.

“학교에도 한번 오시지 않았던 엄마가 제가 공연한다고 지방까지 몇번씩 쫓아 오셨어요. 엄마가 오래 기쁘시도록 더 열심히 해야해요.”

5월3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화∼금 오후7시반, 토 일 오후3시반 6시반. 02―741―3391

〈정은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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