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에…」만배역 서희승,피울음 노력끝「주걱턱발음」극복

  • 입력 1998년 4월 20일 11시 50분


주걱턱이 사랑받는 시대라고? MBC주말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귀여운 주걱턱 양씨(양택조)덕분에?

중견배우 서희승(47)은 그런 얘기에 쓴 웃음이 나온다. 멀쩡한 턱을 앞으로 내밀어 뜨기도 하는구나. 나는 그 턱 때문에 피눈물을 흘렸는데….

창작극 ‘땅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신화)의 변두리 목욕탕 이발사 만배역. 청산유수의 입심 때문에 돌출한 턱이 더 시선을 끌지만 ‘유행따라 해본 분장’은 아니다.

아버지로부터 대물림한 ‘부정교합(不正咬合)’. 발음구사가 정확해야 하는 연극배우로 위아랫니가 맞물리지 않는 것은 치명적인 흠이었다.

“저는 분명히 대본에 쓰인 대로 ‘어디 가느냐’라고 말하는데 듣는 사람 귀에는 ‘워디 가느냐아’로 들리는 거예요. 연출가나 선배들께 대사도 제대로 소화 못하는 놈이라고 얼마나 구박을 받았던지….”

72년 국립극단 연기인 양성원 연구생으로 출발. 그러나 대사전달에 문제가 있는 한 늘 단역 차지였다.

포기할 수는 없었다. 대본 뒤에 ‘아에이오우’‘가나다라마바사’의 발음법을 적어놓고 정확한 발음이 입에 밸 때까지 반복을 거듭했다.

‘정상적인 사람보다 두배 더 연습하자.’ 그의 유일한 좌우명이었다.

“꼭 한번 ‘춘향전’의 이도령역에 캐스팅 됐어요. 이게 웬일인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탈극이더군요.”

울고 싶었지만 그는 웃었고 더 몸을 던져 연기했다. 결함을 극복하려는 오랜 노력은 97년 히서상 98년 백상예술대상 연기상으로 뒤늦게 결실을 가져왔다. 그래도 후배들보다 먼저 무대에 나와 발성연습하는 버릇은 변함없다.

“아들놈도 아역배우(서재경)예요. 턱은 안 닮았답니다. 허허.”

5월31일까지. 대학로 인간소극장. 화∼목 오후7시반. 금∼일 오후4시반 7시반. 02―743―5002

〈정은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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