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고 설립 임원식선생 팔순기념 「보은의 연주회」

  • 입력 1998년 4월 20일 09시 52분


“미국 유학시절, 거리를 걷다가 ‘예술고등학교’라고 쓰인 건물을 발견하게 됐지. 들어가보고 무릎을 쳤어요. 어린 학생들이 예술에만 전념할 수 있는 길이 거기 있었거든.”

서울예술고등학교 설립 주역인 임원식선생(서울예고 명예교장)이 회상하는 설립 동기다.

53년3월, 부산 피란지에서 탄생한 서울예고가 45주년을 맞는 장년이 됐다. 때맞춰 초대교감이자 2대 교장을 지낸 임원식선생의 팔순을 맞아 동문들이 헌정의 의미로 기념 음악회를 연다.

“지방여행 때 기차가 멈추면 우리와 같이 국수를 드시러 뛰어나가는 소탈한 선생님이셨죠. 선생님, 팔순을 축하합니다.”(김남윤 한국예술종합학교교수)

“남학생들에겐 유달리 엄하셨죠. 서운하기도 했지만 그 덕에 오늘의 우리가 된 것 같습니다.”(김민 서울대교수)

예술고가 많아진 오늘날도 ‘예고’로 통칭되는 서울예고의 자존심. 수많은 동문음악인들의 눈부신 활약으로 쌓아올린 자부심이다. 그러나 초창기에는 웃지못할 일화도 많았다.

음악 미술과를 합쳐 1기 유일한 남학생이었던 피아니스트 김정규(서울대 교수)는 교직원 화장실을 사용하는 영예(?)를 누렸지만 이런 ‘혜택’속에서도 남학생 지원자는 좀처럼 생겨나지 않았다. 개교 당시의 ‘이화예술고등학교’라는 명칭이 남자들에게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 결국 2기 신입생을 받기 직전 교명은 ‘서울예고’로 바뀌었다.

서울예고는 1기생 거의 전원을 명문음대에 합격시키면서 음악영재 산실로 자리잡았고 57년 무용과 창설, 67년 중등과정인 예원학교 설립, 76년 평창동캠퍼스 신축 등 중흥의 기틀을 잡아나갔다.

동문음악회는 25일 오후 7시반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장윤성(경희대 음대 교수)이 동문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한국 바이올린계의 양축인 김민 김남윤이 악장을 맡는다. 김정규 신수정 이경숙 김금봉 김대진 장형준 등 6명의 피아니스트가 풀랑의 ‘두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을 번갈아 협연한다. 프랑크 교향곡 d단조 등도 연주될 예정.

후배인 재학생들도 23일 오후3시 같은 장소에서 개교기념 연주회를 연다. 박은성(한양대음대 교수)이 예고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작년 동아음악콩쿠르 피아노 금상의 주인공 조혜정이 협연자로 나선다. 02―548―4480(동문음악회) 02―379―8696(서울예고)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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