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로테르담]이봉주,28㎞지점서 사력다한 스퍼트

  • 입력 1998년 4월 20일 06시 39분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 지난해초 무릎부상 후 1년여의 부진을 딛고 19일 로테르담마라톤에 나선 ‘삼손’ 이봉주(28·코오롱)는 텁수룩하게 기른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출발선에서 다시 한번 신발끈을 조였다.

레이스가 시작된 로테르담의 오전 기온은 마라토너가 뛰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섭씨 10도. 바람조차 거의 없는 최적의 날씨였다. 페이스메이커 도밍고 카스트로(포르투갈)와 지난해 12월 호놀룰루마라톤 우승자 에릭 키마이요(케냐)가 이끈 선두그룹은 반환점을 통과할 때까지 10년 전 이 대회에서 세계기록을 세운 벨라이네 딘사모(에티오피아)의 랩타임을 1분 이상 추월, 관계자들을 흥분시켰다.

선두가 결정된 것은 25㎞지점. 먼저 론체로(스페인)가 앞으로 뛰쳐나오며 선두로 올라섰고 자신의 임무를 다한 카스트로는 처지기 시작했다.

몸이 불편한 정봉수감독 대신 현지에 동행한 오인환코치의 주문대로 초반은 선두를 따르는 것으로 작전을 세운 이봉주가 론체로를 따라 선두그룹을 박차고 나온 것은 레이스를 시작한 지 1시간23분쯤된 28㎞지점.

때맞춰 키마이요도 힘이 떨어지기 시작, 이후부터의 레이스는 론체로와 이봉주의 줄다리기로 압축됐다.

한국의 ‘정봉수사단’과 쌍벽을 이루는 스페인 ‘모스타자사단’의 기수 론체로의 30㎞지점 통과기록은 1시간29분28초. 이봉주의 기록은 이보다 35초가 뒤진 1시간30분03초. 이 지점의 종전 한국기록은 4년 전 보스턴마라톤에서 황영조의 1시간30분51초. 이봉주의 한국신기록 수립은 이때 이미 확정적이었다.

선두에서 달리던 론체로는 39㎞지점에서 오금 통증을 호소, 두차례나 허리를 구부렸다. 이봉주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거리를 좁혔다.

멀리 골인점이 보였다. 이봉주의 스피드는 줄지 않았다. 두손을 번쩍 치켜들며 결승선으로 뛰어든 그의 모습은 2년 전 애틀랜타올림픽 결승선 골인순간을 연상케 했다.

〈장환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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