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책위의장 대담]『금융기관 개혁 6월말 가닥』

  • 입력 1998년 4월 19일 21시 16분


《여야가 정쟁(政爭)에만 몰두, 경제회생 금융개혁 실업대책 등 발등에 떨어진 경제현안을 풀어나가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비난여론이 높다. 동아일보는 국민회의 김원길(金元吉) 한나라당 이상희(李祥羲)정책위의장을 초청, 최근의 현안을 풀어갈 방안을 들어보는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이상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현재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현안에만 몰두,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도외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앞으로의 사회는 기술정보 지식사회인데 오늘의 위기도 근본적으로는 기술정보지식의 부족에서 왔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위기를 계기로 정보화사회에 걸맞은 경제구조를 갖춰야 합니다.

▼김원길 국민회의 정책위의장〓두 가지가 분리된 것은 아닙니다. 당장 IMF를 돌파하는 것이 장래를 대비하는 것입니다. 다급한 외환위기를 해결하고 동시에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의장〓기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개발하지 못하면 안됩니다. 그런 점에서 재벌의 구조개혁이 중요하지만 국제경쟁력이 가장 뒤떨어지는 곳은 정부이고 다음이 민간입니다. 정부개혁 행정개혁이 선행돼야 하는데 재벌이 가장 먼저 도마위에 오른 느낌이 듭니다.

○ 재벌부채 미국의 3배 ○

▼김의장〓그렇지 않습니다. 대기업의 구조조정은 효율성을 높이는 게 목적입니다. 경쟁력 강화는 시장의 몫이고 정부 역할은 민간부문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입니다. 정부개혁은 빠를수록 좋은 반면 민간부문은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효율성이 중요합니다.

▼이의장〓행정분야는 전혀 시장감각이 없습니다. 일례로 정부 공무원에 일반직이 80%이고 전문직이 20%에 불과합니다.

▼김의장〓맞습니다. 지금 상황은 민간부문이 관치(官治)경제에 익숙해 있다가 불경기를 당하니까 꼼짝못하고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장경제를 정착시키는데는 행정규제 혁파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의장〓재벌개혁 논의가 여전히 양적(量的)인 개혁을 하려는데 그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재벌소유 기업의 수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근본적으로 재벌의 기술수준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재벌개혁은 의미가 없습니다.

▼김의장〓재벌의 공로는 평가해야 합니다. 문제는 핵심기업 주력부문의 경쟁력이 약하다는 점입니다. 더 큰 문제는 빚이 많다는 점입니다. 작년말 기준으로 30대 재벌의 부채비율이 518%로 96년의 350%보다 더 늘었습니다. 일본의 대기업은 부채비율이 200% 정도이고 미국은 150% 정도입니다.

○ 은행 경쟁력 떨어져 ○

▼이의장〓금융기관의 체질도 시장감각이 떨어지고 경쟁력이 없습니다. 정부가 자진해서 금융개혁을 하라고 해서는 한계가 많은 만큼 국책은행 개혁을 통해 모델케이스를 제시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김의장〓금융기관이 대형화 효율화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하루빨리 금융산업을 구조조정해 경쟁력을 되살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금융감독위원회에 이달말까지 자구계획서를 내면 그 결과를 놓고 6월말경 방향이 마련될 것입니다.

▼이의장〓경제청문회는 정치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안된다고 봅니다. 청문회가 누구의 잘못을 따지거나 형사처벌을 하는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원인을 가리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외국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국내 정치권의 대립이 대외신인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김의장〓하루아침에 국가부도사태에 이르게 된 원인을 밝혀내고 대비책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 뉴욕의 월가에서도 한국의 환란(換亂)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외환위기가 어느 한 개인의 결정적인 잘못이라기보다 시스템상의 결함 때문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원인을 밝혀보되 순전히 국가경영 국가정책의 측면에서 다뤄야 합니다. 형사문제가 우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이의장〓기아자동차문제 처리는 IMF체제를 잘 극복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관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외국투자자들이 노동시장의 유연성 문제 때문에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데 이 문제가 잘 처리되면 신뢰감이 커질 것입니다.

▼김의장〓기아문제는 단순히 기아자동차 내의 노사간 문제나 기아자동차의 생존 문제를 떠나 자동차산업 전체의 구조 속에서 봐야 합니다. 2005년경이면 전세계 자동차회사 중 10개만 살아남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에 4,5개의 자동차회사가 존재하는 것이 옳으냐의 여부는 생각해봐야 합니다. 기아자동차 처리과정 역시 시장경제원칙에 충실해야 합니다. 그런 전제 하에서 빠른 시간내에 해결될 것입니다.

▼이의장〓재벌개혁도 중요하지만 전문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육성만이 우리 경제가 살 길입니다. 우리는 창업할 때는 돈을 주는데 막상 기술개발에 성공하면 지원을 못받는 일이 많습니다.

▼김의장〓벤처기업은 기본적으로 위험한 사업이고 성공가능성이 낮지만 과감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정부도 벤처기업을 위해 코스닥시장을 만들었는데 벤처기업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지금은 2부시장처럼 돼 있습니다.

▼이의장〓벤처기업의 속성상 지원을 하더라도 80∼90%는 실패하게 마련입니다. 이 때문에 담당공무원들이 감사원 감사 때 지적받을 것을 우려해 지원에 소극적입니다.

○ 뉴딜식 부양책 역효과 ○

▼김의장〓실업대책도 중요한 현안입니다. 실업을 막기 위해 고용을 창출하는 뉴딜식의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구조조정이 막 시작된 단계에서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경우 오히려 구조조정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습니다. 올해 말까지는 구조조정 노력을 가속화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이의장〓실업의 의미를 경쟁력 없는 ‘업’을 버리고 새로운 경쟁력있는 ‘업’을 창출하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김의장〓눈앞의 고통을 피하려다 자손 대대로 고통을 당할 수 있습니다. 구조조정의 최우선 과제를 경쟁력 강화에 두는 것만이 살 길입니다.

▼이의장〓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는 여야를 떠나 합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당지도부도 경제위기 극복에는 정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생각이 확고합니다. 선거법개정협상에서 기초단체장을 2002년까지 한시적 임명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도 정치비용을 줄여보자는 순수한 뜻에서 나온 것입니다.

▼김의장〓정경분리의 원칙에 따라 경제에서만큼은 여야가 협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정리〓김정훈·공종식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