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기업 민영화 신중히 하라

  • 입력 1998년 4월 19일 19시 33분


공기업 민영화가 강도높게 추진된다. 당초 6월 말까지로 되어 있던 일정을 앞당겨 내달 초까지 민영화방안을 확정하고 하반기부터는 구체적인 매각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공기업 민영화는 세계적 추세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더 시급한 일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외채를 경상수지 흑자만으로는 감당해낼 수 없다. 국내자산의 일정 부문을 매각해서 외채도 갚고 구조조정 자금 등으로 써야 한다.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도 그대로 놔둘 수 없다. 전반적으로 조직과 인사, 경영측면에서 수술이 필요하다. 공기업을 그대로 놔두고 민간부문의 구조조정을 독촉하기도 어렵다.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방침은 ‘매각 원칙, 존속 예외’를 기조로 하고 있다. 민영화해서는 안된다는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공기업은 모두 팔겠다는 것이다. 매각방식도 주식 자산 사업권 매각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이 동원된다. 외국자본에도 동등한 기회가 주어진다. 공공성이 강해 민영화가 어려운 공기업에 대해서는 통폐합, 기능 및 업무이관, 인력과 조직의 과감한 축소조정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이러한 공기업 민영화의 큰 방향은 옳다. 그러나 공기업은 기본적으로 공익적 성격이 강한 기업이다. 또 대부분 국가기간산업이다. 공기업을 민영화하면 경영효율은 제고될지 모르나 예상되는 폐해도 만만치 않다. 우선 재벌 중심의 부(富)의 집중문제와 독과점의 문제가 있다. 공기업을 살 수 있는 민간기업은 현실적으로 재벌밖에 없으며 대부분 독점기업인 공기업이 민영화됐을 때 독점의 횡포가 없으리란 법도 없다.

매각대상 공기업 선정기준에도 문제가 있다. 민영화가 어렵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공기업은 예외없이 판다는 정부 방침은 국가경제에 미치는 공기업의 역할과 기능을 무시한 것이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기업을 민영화했다가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민간사업자가 이를 폐기처분하거나 원가압박 등을 내세워 값을 멋대로 올려 받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외국자본에의 동등한 문호개방만 해도 그렇다. 공기업 매각이 외자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고 자본이동의 자유화도 막을 수 없는 추세이긴 하지만 국가기간산업과 국민생활과 직결된 사업을 송두리째 외국자본에 맡길 수는 없다.

매각시기에도 문제가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국내주가는 바닥권에서 겨우 벗어났다. 원화 환율도 크게 저평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시점에서 민영화를 서두르는 것은 알짜 공기업을 외국인에게 헐값으로 넘겨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공기업 민영화는 불가피하지만 무작정 서두르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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