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秘話 문민정부 41]쌀 개방-김양배농림의 수난

  • 입력 1998년 4월 19일 19시 25분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의 후유증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당시 야당과 재야가 제기한 ‘재협상’요구였다.

UR협정서를 쌀문제 때문에 고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김양배(金良培)농림수산부장관은 취임 직후 “재협상은 말도 안된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협상 후 국가별 이행계획서상의 오류나 앞뒤 모순을 바로잡는 검증 및 수정 작업이 뒤따랐다.

이 작업을 통해 농림수산부는 국영무역 및 수입부과금 대상품목을 1백17개 추가 요구해 그중 97개를 관철시켰고 종량세, 한도양허품목 협상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를 협정문의 재작성, 즉 재협상으로 오해했다. 칭찬 대신 ‘재협상이 불가능하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비난이 쏟아진 것.

진상조사를 맡은 이회창(李會昌)후임총리도 그렇게 결론냈다. 이총리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거짓말했다’고 보고하자 김대통령은 펄펄 화를 내면서 김장관을 경질했다. 장관 취임 1백여일만의 일이었다.

박관용(朴寬用)전대통령비서실장은 “흥분이 가라앉고 그후 자세히 알아보니 잘못한 일이 아님을 알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일은 이미 저질러졌고 총리의 사과담화까지 발표된 마당에 공식적인 입장번복은 힘든 일. 할 수 없이 박비서실장이 김태수(金泰洙)농림수산부차관 등 고위관계자들을 비서실장 공관으로 불러 저녁을 내면서 “아무 잘못없이 마음고생했다”며 위로하고 넘어갔다.

김양배씨는 김대통령의 오해도 풀린 데다 행정능력도 인정받아 95년 12월 보건복지부장관으로 다시 입각했다.

[UR관련 용어해설]

▼관세화〓개방은 하되 해당품목의 국내외 가격 차이만큼을 모두 관세로 매겨 수입가를 국내가격 수준으로 끌어올림으로써(관세상당치화) 시장개방 충격을 완화하는 방법이다. 6∼10년에 걸쳐 이 관세상당치를 완전히 해소해야 한다. 한국이나 일본이 얻어낸 ‘관세화유예’는 관세화 방식의 적용도 일정기간이 지난 뒤부터 적용한다는 것. 관세화나 관세화유예 모두 기간이 길수록 유리하다.

▼최소시장접근〓관세화여부에 관계없이 국내시장 유통량의 일정비율(1∼5%등)은 국제가격으로 개방해야 한다는 것이다.한국은 쌀의 경우 10년간의 관세화 유예기간 중 첫해에는 유통량의 1%를, 최종연도에는 4%를 개방하기로 했다. 국제가격으로 개방하는 비율은 작을수록 유리하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