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高소득자 콧노래 『절로』…IMF전보다 생활 윤택

  • 입력 1998년 4월 17일 19시 28분


고금리시대가 모두에게 ‘아픈’ 것만은 아니다.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수억원 또는 수십억원의 현금을 은행 및 제2금융권에 넣어두고 이자수입으로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나는 금융소득생활자가 늘고 있다.

이들은 치솟은 금리와 금융소득종합과세 폐지 덕분에 IMF시대 이전보다 더 ‘윤택한’ 생활을 하고 있다.제조업체 중역으로 일하다 지난 연말 퇴직한 김모씨(62·서울 서초구 방배동). 위로금을 합쳐 3억여원을 퇴직금으로 받은 김씨는 이전에 부동산투자로 벌었던 돈을 합쳐 10억원가량을 은행에 금리 연동형 예금으로 맡겼다. 직장생활 때에 비해 매달 두배가 넘는 ‘이자 월급’을 손에 쥐는 그는 서로 돈을 맡겨달라는 은행 지점장들 한테 ‘귀빈’대접도 받고 있다.

올해 초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구입한 오피스텔로 매일 출근하는 그는 친구들과 바둑을 두면서 일과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까지 개인사업체를 경영했던 장모씨(67·강남구 청담동)도 투신사와 증권사에 15억원을 맡겨 ‘짭짤한’ 수입을 얻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투신사 관계자는 “5억원 이상을 굴리며 이자소득으로 생활하는 사람이 우리 지점에만 12∼14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연간 금융소득으로 4천만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개인 금융소득 종합과세 신고대상자는 약 3만여명.

서울대 경제학부 홍기현(洪起玄)교수는 “금융소득은 은행 등을 통해 기업체로 연결돼 생산적인 역할을 하므로 단순히 ‘불로소득’으로만 보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이들 자본이 지하자금으로 흘러들거나 적정한 세금을 내지 않는 경우 등이 오히려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경달·이헌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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