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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교통세인상 한심한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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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교통세인상 한심한 발상

동아일보입력 1998-04-17 19:28수정 2009-09-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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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세 도입의 최우선 전제는 불합리한 자동차관련 세금구조와 체계를 고치자는 것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교통난과 대기오염 문제 해결, 에너지 절약은 오히려 부차적인 정책목표다. 대통령의 주행세 검토 지시도 그같은 뜻을 함축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재정경제부는 대통령 지시 한마디에 대뜸 교통세 인상안부터 들고 나왔다. 주행세를 신설하는 대신 휘발유와 경유에 부과하는 교통세의 탄력세율을 30% 인상해 빠르면 다음 주부터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교통세는 휘발유 ℓ당 5백94원으로 1백36원이 오르게 되며 경유는 1백11원으로 25원이 오른다. 여기에 교육세 15%와 부가세 10%가 추가된다. 한마디로 납세자의 부담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세금만 많이 걷으면 그만이라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의 극치다.

재경부 당국자들도 자동차관련 세금체계가 너무 불합리하고 세부담도 터무니 없이 높다는 것을 인정할 것이다. 배기량 1천5백㏄급 승용차를 새로 사 1년을 굴리면 세금만 3백30만원을 내야 한다. 새차를 산지 5년이 지나면 그동안 낸 세금이 차값보다 많아진다. 소형차 세부담은 더 높아 4년 조금 지나면 차값을 넘어선다. 지난해 자동차 관련 세수는 무려 14조8천억원으로 조세총액의 18%를 차지했다. 미국이나 일본이 각각 4.4%와 9.5%인데 비해 2∼4배나 높다.

세금체계와 구조도 엉망이다. 자동차 운행 여부는 물론 차값에 관계없이 같은 차종이면 배기량별 정액제로 부과되는 과중한 세금을 무조건 물리는 것이 지금의 세금체계다. 주행세를 도입하려면 자동차 관련 세제부터 전면 개편해야 한다. 최근의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부족 때문에 자동차 관련 세금을 대폭 내리지는 못할망정 납세자의 부담이 크게 늘어나서는 안된다. 교통세를 올린 만큼 보유세 등의 경감을 통해 납세자의 부담을 더 이상 무겁게 하지 않는 것이 옳다.

교통세 탄력세율의 대폭 인상은 단순히 세부담 증가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당장 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영업용 차량과 영세사업자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부담을 안겨주는 결과를 낳게 돼 자칫 조세저항을 부를 수 있다. 앞으로의 조세제도 개편방향인 세제 단순화, 형평성 제고와도 어긋난다.

교통세 인상방침은 재고되어야 한다. 어차피 한미자동차협상 과정에서 주행세 도입문제가 재론될 것이라는 우려를 떠나서도 주행세 도입과 자동차관련 세제 개편은 불가피하다. 구입 보유단계의 세금을 낮추고 운행단계의 세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세금체계를 합리화하면서 주행세 도입을 검토하는 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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