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기자출입 막는 청와대비서실

  • 입력 1998년 4월 16일 20시 29분


청와대가 출입기자들의 비서실 출입을 봉쇄한 조치는 옳지 않다. 군사정권 시절에도 그런 전례는 없었다. 더구나 새 정부가 기자들의 취재원 접근을 제한한다면 ‘국민의 정부’라는 말에 걸맞지 않다. 그것도 정부의 최상위 기관인 청와대다. 다른 기관들이 줄줄이 따르기라도 한다면 정부부처는 자칫 국민의 알 권리가 차단되는 성역이 될 위험성도 없지 않다.

▼청와대측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비서관 30여명에 출입기자가 70여명이다. 기자들이 시도 때도 없이 방문한다면 업무방해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사전약속 방문취재나 브리핑관행이 필요하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이같은 취재관행이 큰 불편없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무엇보다 국민의 알 권리를 존중하는 정부관리들의 확고한 가치관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금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상주하고 있는 춘추관은 비서실과 한참 떨어져 있는 ‘외딴 섬’이다. 그곳에 앉아서는 청와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대로 알 수 없다. 공보수석을 비롯한 수석비서관들이 춘추관에 와 브리핑을 하는 모양이나 일방적인 홍보성격을 벗어나기 어렵다. 국민은 청와대의 일이라도 알 것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그 권리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김중권(金重權) 청와대비서실장은 이번 방침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같은 만장일치 결정의 근거가 무엇인지, 그리고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해서는 얼마나 진지한 토론이 있었는지를 묻고 싶다. 만의 하나 언론기피증이 작용했다면 ‘국민의 정부’답지 못하다. 이번 일은 단순히 청와대와 출입기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와 국민이 관계되는 문제다. 청와대는 재고해야 한다.

남찬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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