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신대 할머니」다큐제작 여대생 홍지영양

  • 입력 1998년 4월 16일 20시 29분


“감추고 싶은 과거를 당당히 드러내며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여생을 바치고 있는 군위안부 할머니들의 모습을 통해 그들이 단순한 전쟁의 희생자가 아닌 진정한 승리자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1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밀즈 칼리지에서 열리는 여대생 국제학술 심포지엄(제3회 사회정의와 변화를 위한 여성리더십)에 참가하는 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4학년 홍지영(洪志寧·25)양.

미국 10개 대학 50여명의 학생과 숙명여대에서 6명의 학생이 참가하는 이번 심포지엄에서 그는 6개월의 노력끝에 자신이 직접 제작한 군위안부 다큐멘터리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해 개봉된 군위안부 소재의 영화 ‘낮은 목소리’를 보고 난 뒤.

적극적인 성격인 그는 지난해 9월 직접 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무작정 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숙소인 경기 광주군‘나눔의 집’을 찾아갔다.

처음에 할머니들은 “학생이 무슨 영화를 찍겠느냐”며 외면했지만 주말마다 찾아와 온갖 허드렛일과 농삿일을 돕는 그의 태도에 감복해 촬영에 응했다.

그는 할머니들과 숙식을 함께 하며 그들의 일상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고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앞에서 열리는 ‘수요집회’에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다큐멘터리에서 그는 김순덕(78)할머니에 포커스를 맞춰 그가 과거를 딛고 건강한 모습으로 명예회복을 위해 뛰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학교 게시판에 붙어있는 심포지엄 안내 팜플렛을 보고 직접 담당 교수를 찾아가 참가 의사를 밝힌 그는 최근 자신의 목소리로 영어 해설까지 녹음했다.

“군위안부 할머니들이 그린 그림을 넣은 엽서와 배지 등을 가져가 참가자들에게 나눠줄 계획이에요. 미약하지만 작은 노력이 합쳐지면 다시는 이 땅에 군위안부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겠지요.”

〈이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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