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박종금/『해병입대한 네가 자랑스럽다』

  • 입력 1998년 4월 16일 0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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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군대 가기 싫어서 억지로 체중을 줄이고, 신체 어느 부위를 일부러 손상시키기도 한다는데 신체 검사에서 1급 판정을 받았다며 국가 고시에 합격한 것처럼 자랑스럽게 전화부터 했던 아들아.

해병대에 지원해 놓고 발표를 기다리던 한달여동안 막노동판에 나가서 그 힘든 일을 하다가 잘못해 손가락을 다쳤을 때 네가 했던 말이 생각나는구나.

“엄마 정말 눈앞이 캄캄했어요.”

“왜? 손가락이 잘못될까 봐? 의사 선생님이 괜찮을 거라고 했다면서.”

“그게 아니고 군대 못가게 될까봐서요.”

이제 네가 그토록 원하던 해병대에 입대해서 훈련받느라 여념이 없겠지. 어렵고 힘들더라도 견뎌낼 줄 안다. 너를 훈련소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아빠께 굳이 혼자 가겠다고 우겼던 네가 얼마나 듬직했던지. 터미널 바닥에 넙죽 엎드려 큰절을 올리고 뒤한번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나가는 네 모습이 너무도 의연해 보였다. 나도 모르게 “역시 너는 내 아들이다”하는 생각에 자랑스러우면서도 순간 울컥 치밀어 오르는 뜨거움을 삼키지 못해 사람들이 보든 말든 펑펑 쏟고 말았단다.

2년전 돌아가신 할머니 산소를 수시로 찾아뵙던 효성스러운 손자인가 하면 노동판에서 힘들게 번 돈을 생활비에 보태라며 내놓고 즐거워하던 효자였고 존경하는 스승님을 찾아뵙지 못하면 전화로라도 안부를 드려야 직성이 풀리는 착한 제자로, 선후배들간에는 의리의 사나이로 통하던 너를 누가 미워할 수 있겠니.

사랑하는 내 아들 상수야.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말처럼 네가 선택한 해병대에서 너를 진짜 사나이로 만들어 주리라 확신한다. 하느님과 나라에 열과 성을 다하는 멋진 해병이 되거라. 필승!

박종금(경기 동두천시 생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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