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중자금 제2금융권 몰린다…기업자금난 가중우려

  • 입력 1998년 4월 15일 19시 45분


금융기관들이 저마다 높은 금리를 내걸다보니 돈이 몰릴수록 손해나는 상황이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시중자금이 은행에서 제2금융권으로 대거 이동해 은행에 돈이 모자라게 됐다.

▼은행권〓26개 일반은행의 수신고는 올들어 3월말까지 12조원이 줄어들었다. 특히 은행 신탁상품은 이달들어 6일까지 1조2천억원이 감소하는 등 ‘은행금고’가 급속히 말라가고 있다.

시중자금의 탈(脫)은행 현상은 대부분 실적배당상품이 정부의 예금보험대상에서 제외된데다 최근까지 수신증가를 주도하던 신종적립신탁의 만기가 1년6개월로 연장됐기 때문.

조흥은행의 한 임원은 “시중자금이 대출기능이 없는 투신 등 제2금융권으로 몰리면서 은행이 심각한 유동성위기에 빠졌다”며 “이로 인해 기업의 자금난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투신업계〓3월말 현재 투신업계의 수신잔액은 1백5조3천억원으로 올들어 3개월 동안 18조7천억원이 늘어났다. 대부분 은행신탁계정에서 빠져 나온 돈으로 투신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자금 유입과정에서 투신사의 수익성이 거꾸로 악화됐다는 점. 한국투신측은 “고객들이 고금리 단기상품으로 전환하면서 환매요청한 저금리채권을 투신사들이 대부분 떠안아 손해가 이만저만아니다”고 털어놨다.

▼보험업계〓국제통화기금(IMF)이후 고객들의 중도해지로 홍역을 앓은 보험업계는 1월부터 고금리 상품인 슈퍼재테크보험(연 16.5%)을 판매하면서 자금이탈을 막았다. 그 결과 삼성 교보 대한 등 3대 생보사의 수입보험료는 작년 12월 5조원에서 올 1월엔 2조5천억원으로 줄었다가 2월 3조6천억원, 3월에 4조6천억원으로 늘어나는 추세.

S생보관계자는 “생보사가 돈을 굴려 얻는 이익이 평균 10%안팎인데 주력상품 수익률은 16%까지 나가고 있어 이런 상품의 수신이 늘어날수록 생보사의 경영수지는 나빠진다”고 우려했다.

〈이강운·천광암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