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保革갈등 심화…19년만에 최대 시위

  • 입력 1998년 4월 15일 19시 45분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대통령의 측근이자 온건개혁파의 상징인 골람 호세인 카르바시 테헤란시장(44)의 구속으로 빚어진 이란내 보수파와 개혁파간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카르바시시장을 지지하는 대학생 수천여명이 14일 개혁지지 시위를 벌였다.

테헤란 시내에서 벌어진 이날 시위는 1979년 이란 혁명이후 19년만에 처음 발생한 대규모 시위로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이슬람율법국가인 이란의 변화가능성을 시사해줬다.

학생들은 이날 개혁정책에 대한 지지표명과 함께 카르바시시장의 즉각 석방을 요구하면서 경찰과 충돌했다.

지난해 5월 70%라는 높은 지지율로 당선된 하타미대통령은 △미국 이라크와의 관계 개선 △여성지위 향상 △개방적인 문화정책 등을 내걸고 이란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올해에는 미국과 레슬링선수 상호방문을 허용했고 이라크와 전쟁포로를 교환했다.

테헤란 상가건설계획과 관련, 공금횡령 등의 혐의로 4일 전격구속된 카르바시시장은 89년부터 테헤란시장으로 재직하면서 과감한 개방정책을 추진해온 개혁파의 기수. 그는 테헤란시내 빌딩에 나붙었던 이슬람교 슬로건을 떼어내고 서구식 광고판을 도입하는 한편 스포츠센터 도서관 미술전시관 등을 건설해 도시면모를 일신했다. 이러한 개혁노선은 이슬람교 보수파에 눈엣가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의 구속은 이 때문에 이슬람 보수파가 장악하고 있는 사법부의 하타미정부에 대한 반발이자 개혁드라이브에 대한 경고로 풀이되고 있다.

〈정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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