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구촌/아사히신문]일본은행 접대악습 뿌리뽑아야

  • 입력 1998년 4월 14일 19시 41분


▼ 아사히신문 ▼

일본은행이 금융기관으로부터 과다한 접대를 받은 이사 국장 등 임직원 96명을 징계했다.

기소된 일본은행과장 수뢰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진 은어인 ‘자분’(얕은 물에 퐁당 빠질 때의 의성어로 가벼운 접대를 뜻함) ‘도본’(깊은 물에 풍덩 빠질때의 의성어로 후한 접대를 뜻함)이라는 말이 보여준 것처럼 이같은 접대풍토는 일상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임총재는 중앙은행으로서의 독립성을 높인 신일본은행법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 않기 위해 악폐를 말끔히 걷어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처분은 충분치 않다. 처분대상자가 많긴 하지만 누구를 상대로 어떤짓을 했는지 실태가 분명치않다.

기밀정보를 민간은행에 전했던 직원도 처분을 받았다. 이 정보가 시장을 왜곡(歪曲)해 부정한 이익을 금융기관에 가져다 준 일은 없었을까. 이 부분도 조사하는게 금융시장 파수꾼인 일본은행의 책무다.

도시은행을 비롯해 신용금고 증권 단자회사에 이르기까지 일본은행과 거래가 있는 금융기관들은 접대공세를 펼쳤다. 이들의 명단도 공개해야 한다.

중앙은행이 이번처럼 자기신고를 바탕으로 조사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부패의 배경을 도려내 이를 은행의 체질개선과 신용회복으로 연결하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민간 접대를 당연시하는 것은 금융계에 군림하려는 자세에서 비롯했다.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통화가치 유지와 물가안정을 통해 국민생활을 지키는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일본은행이 정책 결정과정을 공개하면 민간의 공작(접대)도 없어질 것이다.

〈정리·도쿄〓윤상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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