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양기대/「공천 거래」의 오만

  • 입력 1998년 4월 14일 19시 41분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여권의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논의는 국민을 우습게 아는 정치권의 오만과 독선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여권이 임창열(林昌烈)전경제부총리를 국민회의의 경기지사 후보로 내정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행태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임전부총리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6·4’지방선거에서 여권의 연합공천으로 국민회의 간판을 달고 경기지사에 출마할 것으로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국민회의 경기도지부도 16일 임전부총리에 대한 후보추대대회를 열기로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한나라당 소속의 최기선(崔箕善)인천시장이 3일 탈당하면서 정계개편 및 두 당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이같은 구도에 혼선이 빚어졌다.

그런 와중에서 임전부총리가 자민련 후보로 경기지사선거에 나설 것이란 얘기도 여권 수뇌부에서 흘러나왔다.

당연히 여권 안팎에서는 “임전부총리가 국민회의에 입당까지 했는데 자민련의 옷을 입혀 자민련 후보로 출마시키려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았다.

특히 국민회의 경기도지부 지구당위원장 38명 중 35명은 이에 반발, 도지부장에게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다. 지구당위원장들 사이에서는 국민이나 경기도민이 여권의 이런 후보논의를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한나라당 등 야권도 “편의에 따라 아무렇게나 당적을 바꿔 출마시켜도 된다는 집권여당의 발상은 경기도민을 무시하는 오만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우여곡절끝에 임전부총리가 당초대로 국민회의 몫의 경기지사후보로 내정됐다. 그러나 상식과 원칙에 어긋난 후보공천 논의가 계속되는 동안 국민만 혼란스러웠다.

양기대<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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