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방경제는…③]현대自 울산공장,「주차장된 공장」

  • 입력 1998년 4월 14일 19시 16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경차인 아토스에서 쏘나타 포터트럭까지, 대형승용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현대 차종이 생산되는 곳. 3만명 가까운 인원이 투입되는 ‘작은 도시’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인한 홍역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극심한 내수 부진으로 조업률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4개 공장 가운데 경차인 아토스를 생산하는 제2공장을 빼곤 야간 작업이 거의 중단된 상태. 나머지 세 곳은 A, B조가 번갈아 주간에만 10시간씩 근무한다. 한달에 두 주만 근무하는 셈.

공장에서 만난 박모씨는 “예전에는 일이 많고 힘들어 고민이었는데 요즘은 반대”라며 “작업반장들에게 ‘혹시 일거리 없느냐’는 전화가 하루에도 몇 통씩 걸려온다”고 전했다.

작업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소득이 줄어든다는 뜻. 소득의 감소는 곧바로 지역경제의 위축으로 이어져 소비업소마다 몸살을 앓고 있다. 박씨는 “가끔 동료들과 들르던 노래주점에 가본 지 꽤 오래됐다”며 “울산 시내 많은 주점들이 손님이 줄어 셔터를 내렸다”고 말했다.

공장 근처 식당가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 현대자동차 이모과장은 “예전같으면 주변 식당에 손님이 몰려 자리가 없을 정도였지만 요즘은 대부분 공장 식당에서 해결한다”고 말했다.

공장 내부는 재고차량으로 말 그대로 ‘주차장’이었다. 3월 한달동안 국내에서 팔린 현대차는 2만6천여대. 96년 같은 기간에 6만대가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2년새 절반 이상 줄었다. 공장내 조금이라도 공간이 있는 빈 터엔 번호판도 안달린 재고 차량이 차곡차곡 주차돼 있다. 심지어 공장 사이를 잇는 왕복 2차로 좁은 도로에도 포터트럭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날 오후5시 노조 집회는 본관 한쪽 옆 콘크리트 바닥에서 열렸다. 집회장으로 애용되던 본관앞 잔디밭에 먼저 자리를 차지한 손님이 있었기 때문. 파릇파릇 새싹이 돋기 시작하는 잔디밭도 엑센트를 비롯해 주인을 기다리는 차들로 만원이었다.

현대자동차의 조업 감축으로 관련 협력업체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울산지원처의 한 관계자는 “3백70여개가 넘는 협력 업체들이 납품 계약 중도해지로 정리해고를 하는 등 줄줄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협력업체에 납품하는 군소업체까지 따지면 그야말로 울산 전체가 휘청거릴 정도.

게다가 현대자동차에서 최근 인원을 대규모로 줄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내 전체에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울산에서 10년째 택시를 운전하고 있다는 김모씨는 “8천명이상이 잘린다는데 그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가느냐”며 걱정했다.

고용에 대한 불안감은 인근 SK㈜ 울산공장에도 팽배해 있었다. SK 울산콤플렉스는 2백50만평 규모로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의 석유화학단지. SK는 14일까지 과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SK측은 “지난해 2백억원 이상의 흑자를 냈지만 올해 수요가 20% 이상 줄어드는 등 사정이 안좋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반응. 그나마 근무 연수에 따라 최대 65개월분의 월급을 위로금조로 지급하는 등 조건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울산〓홍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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