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평가 객관성이 열쇠

  • 입력 1998년 4월 14일 19시 16분


새 정부의 대학개혁 정책이 윤곽을 드러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엊그제 교육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대학교육을 양(量)보다는 질(質)위주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김대통령은 세부적 방안으로 각 대학의 수준을 등급으로 평가해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대학평가제를 주문했다. 새 환경이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려면 대학의 수준향상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대학사회에도 시장원리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교육분야 과제는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그 가운데서도 대학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 국내 대학의 경쟁력은 아시아권에서도 중하위권으로 밀릴 정도로 취약하기 그지없다. 대학이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고 있음은 대학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기관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대학개혁은 일반 기업체와 같은 구조조정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며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대학이 주체적으로 개혁을 추진하도록 하고 교육당국의 역할은 도와주는 선에 그쳐야 한다.

정부가 구체적인 실천프로그램으로 올해부터 도입하는 대학평가제는 대학사회의 ‘자율적 개혁’을 이끌어내는 데 상당한 자극이 될 것이다. 대학뿐만 아니라 학과에까지 등급을 부여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구상이므로 대학마다 우열이 투명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학지원자들은 대학의 지명도와 대학등급을 함께 고려해 지원대학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전제조건은 교육부가 발표하는 대학등급의 공신력이다. 만약 수험생들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할 만큼 형식적으로 평가가 이뤄진다면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다.

평가결과에 대해 대학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도록 객관성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지금도 대학평가 작업이 교육부나 민간차원에서 부분적으로 이뤄지고는 있지만 낮은 점수를 받은 대학들의 반발이 거센 형편이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점수공개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합리적 기준으로 공정하게 평가하는 것만이 잡음과 혼란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

대학평가제에 대해서는 선진국에서도 찬반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대학의 우열을 단순히 점수로 ‘재단’하는 것이 과연 교육적이냐는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다. 우리의 경우 세칭 일류대학에 대한 선호도가 유달리 높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나머지 대학생들은 심한 열등감을 갖고 학교에 다니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뿌리깊은 대학 서열화의 부작용이 대학평가제로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한 보완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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