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금도 구조조정 시대(下)]총수입 5%안팎서 적절히

  • 입력 1998년 4월 13일 19시 40분


“또야?”

경기 분당의 아파트 앞에 승용차를 세워두고 지하철로 출근한 서울 K보험사 정모과장(35). 자리에 앉으려다 책상위에 놓인 2장의 우편물에 눈길을 보낸다. 얄팍해진 지갑의 무게를 왼쪽가슴에 실감하며 ‘세금고지서’를 뜯는다. “이달들어 네번째, 이 친구는 5만원, 이 사람은 3만원….” 머릿속 계산기가 빠르게 돌아간다. 96년 한해 동안 전국민이 지출한 결혼축의금은 약 3조1천5백53억원. 올해 정부예산 75조4천6백36억원의 4.18% 수준(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거대한 ‘축의금 시장’을 움직이는 원리는 무엇일까.

‘결혼축의금의 경제학.’

◇ 심리적 적정선 ◇

한국전력에서 94년 부장으로 퇴직한 이모씨(65). 다음은 그가 지난 8년간 매년 결혼축의금으로 지출한 금액.

△90년〓3백66만원 △91년〓3백20만원 △92년〓4백9만원 △93년〓4백13만원 △94년〓6백51만원 △95년〓4백21만원 △96년〓4백25만원 △97년〓4백58만원.

50대중반에서 60대중반은 자녀들의 결혼을 전후해 일생 중 가장 적극적으로 결혼식을 쫓아다니는 시기. 퇴직전 연봉이 4천만원 수준이었던 이씨의 경우 축의금 지출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연봉의 10%인 4백만원선으로 지출액을 조절했었다.

현재 연봉 2천5백만원, 한달평균수입 2백만원 남짓한 L전자 정유철대리(32). “한달에 내는 축의금의 총액으로 10만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고 말한다.

성신여대 경제학과 강석훈교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전체수입의 10% 정도를 축의금의 ‘심리적 저항선’, 5% 정도를 ‘심리적 적정선’으로 머릿속에 설정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다음은 강교수의 축의금경제학.

◇ 축의금액 어떻게 정해지나 ◇

축의금 1회의 액수는 ‘심리적 적정선’인 매달 수입의 5%를 한달에 내야할 횟수로 나눈 금액 주변에서 형성된다. 월 2백만원짜리 봉급생활자라면 5%인 10만원을 책정, 한달평균 3번 낼 때 회당 3만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느끼는 것. 4촌이내의 친척이나 사업상 ‘특수관계’에 있는 경우에 내는 ‘고액축의금’을 제외하면 어느 시대든 축의금의 1회 금액은 3등급으로 나눠진다.

다음은 한국전력에서 37년째 근무하고 있는 배모부장(56)이 기억하는 시대별 축의금액. △95년 이후〓5만 3만 2만원 △90년대 초반〓3만2만1만원△80년대〓2만1만 5천원 △70년대〓5천 3천 2천원중 한가지.

어느 등급을 선택할지는 결혼당사자나 부모와 얼마나 가까운가에 따라 결정된다.

①적극적축의금〓4촌 안쪽의 친척이나 상당히 친밀해 ‘무시할 수 없는 관계’일 때 내는 1등급 축의금액 ②의무적축의금〓‘멀지도 가깝지도 않은’관계일 때 내는 보편적 축의금액 ③면피성축의금〓모른 체 할 수 없어 마지못해 내는 최하 축의금액.

적극적축의금은 의무적축의금의 2배를, 의무적축의금은 면피성축의금의 2배를 각각 넘지 않는 선에서 결정된다. 또 축의금 액수는 인플레와 화폐가치의 하락을 반영한다. 현재의 축의금은 70년대에 비해 10배 증가했다.

◇ 축의금의 변수(變數)들 ◇

▼자녀수〓자녀의 숫자는 축의금의 총액을 크게 좌우한다.‘개혼(開婚)’인 첫번째 자녀의 결혼식에 가장 많은 축의금이 몰린다. 둘째, 셋째 자녀의 축의금은 첫째의 60∼70%, 넷째부터는 50%이하로 떨어진다.

▼부모의 사회적 지위〓부모가 직장을 갖고 있어 사회적 영향력이 있을 때가 퇴직했을 때보다 2∼4배 많이 들어온다.

▼인간관계〓부모가 평생 쌓아놓은 ‘인간관계의 성공도’가 축의금 총액을 좌우한다.

▼결혼횟수〓이혼의 증가로 결혼횟수가 의미있는 변수로 등장했다. 재혼시의 축의금액은 초혼시의 30∼50%선.

◇ 조혼(早婚)과 만혼(晩婚),어느쪽이 유리한가 ◇

조혼이 유리. 경제전문가들은 “부조금은 화폐가치의 하락분을 메워줄 만큼 빠른 속도로 오르지 않는 경향이 있어 ‘현금’을 먼저 챙기는 것이 이익”이라고 설명한다. 하객이 줄고 축의금도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IMF시대에 만혼자녀를 둔 부모는 더욱 ‘손해’볼 가능성이 있다.

〈박중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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