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임금 20∼30% 삭감』…경총 463곳 설문

  • 입력 1998년 4월 13일 19시 40분


국제 통화기금 (IMF) 체제 이후 기업 현장에 감봉 감원 한파가 몰아치면서 임직원들의 봉급이 직급에 따라 평균 20∼30%, 심한 곳은 연봉의 50∼60%까지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올해 기업체의 명목상 임금인상률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3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3월말 현재 임금협상을 끝낸 4백63개 기업의 평균 임금인상률은 마이너스 0.7%(총액기준)를 기록했다.

또 본사가 이날 각 그룹의 임금실태를 조사한 결과 30대 그룹중 임직원 급여와 상여금을 일절 삭감하지 않은 그룹은 롯데와 두산뿐이었다.

롯데의 경우 자금사정이 타그룹에 비해 월등히 우월한 덕분에 임금삭감을 한푼도 하지 않았고 두산은 IMF한파 이전 3M 네슬레 코닥 등 알짜배기 합작사를 매각하는 등 한발 앞선 구조조정에 힘입어 현재의 봉급수준을 당분간 유지한다는 방침.

조사대상 그룹중 기아가 경영난을 반영, 임금삭감과 인력감축폭이 가장 컸다. 기아는 작년 7월 부도유예이후 인력 21.1%(1만2천7백명), 임금은 임원이 60%, 직원은 50%를 삭감했다.

또 화의에 들어간 진로그룹도 임원 연봉 40%를 삭감했으며 간부와 일반직원들의 상여금은 작년말 이후 단 한차례 지급했을 뿐이다.

현대그룹은 작년말 전 계열사 임원의 상여금을 200% 삭감했으며 경영상태가 악화된 현대전자 등 일부 계열사의 경우 간부사원의 상여금도 200% 가량 줄였다.

삼성도 역시 임원 연봉을 10% 삭감했으며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 간부사원을 대상으로 이달초부터 일제히 연봉제를 도입했다. 삼성은 연봉제 실시로 인해 같은 직급에서 20∼30%의 연봉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우중(金宇中)회장이 인력불감축 방안을 선언한 대우그룹은 해고회피방안의 일환으로 전계열사 잉여인력 3천명을 대우자동차판매에 배치키로 결정했다. 대우는 영업사원 3천명 배치로 현대자동차와 같은 규모(1만1천명)의 영업인력을 보유하게 됐다.

이번 조사결과 대기업들은 기본급보다는 상여금을 대폭 축소하고 연봉제를 도입, 전체 지급액을 삭감한 곳이 특히 눈에 많이 띄었다.

또 대부분의 기업에서 관리직과 사무직의 연봉을 이미 삭감한 반면 노동조합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생산직에 대한 임금삭감은 아직 실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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