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현진/공기업개혁 약속 지켜질까?

  • 입력 1998년 4월 13일 19시 40분


기자는 습관적으로 과거 자료를 뒤적인다. 정부 발표가 있을 때마다 과거는 어떠했는지 살펴보기 위함이다. 불행히도 유사한 정부발표를 자주 접하게 된다.

13일 기획예산위원회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했다. 가장 시급한 핵심과제로는 산하출연기관 통폐합과 공기업 민영화 등 산하기관 정비가 주내용이었다. 과거 자료를 보자.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 집권초기인 93년6월∼94년6월에도 똑같은 정부 발표가 있었다. “공기업 민영화를 과감하게 추진하고 산하출연연구소를 통폐합해 절반 가량 줄이겠다.”

발표일시와 당시 발표기관이 경제기획원이었다는 점을 빼고는 이날 발표와 다른 게 없다. 김영삼정부에서 이 개혁이 실패로 끝났음을 새삼스레 말할 필요는 없다. 한국통신 한국중공업 담배인삼공사 가스공사 등 4대 공기업 민영화는 직원들의 반발로 백지화했다. 출연연구기관의 통폐합은 시도조차 되지 않았다.

문제는 새 정부의 개혁 실천여부다. 안타깝게도 벌써부터 개혁 대상기관의 로비가 감지되고 있다. 각 출연연구소는 ‘존재의 이유’를 문서로 만들어 기획예산위에 보내고 있다. 기획예산위측은 “각 부처가 통폐합안을 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한다.

석유개발공사 등 공기업 관계자들의 기획예산위 출입도 잦아지고 있다. 말로는 ‘인사차 방문’이지만 그 속내는 짐작할 만하다.

기획예산위 정부개혁실의 한 관계자는 “이해 당사자들이 집안 마당에 찾아와 드러누워도 개혁을 계속할 것”이라고 장담한 바 있다. 4,5년전 김영삼정부의 개혁 담당자들도 비슷한 수준의 결의를 보이곤 했다.

또다른 기자가 5년 뒤 똑같은 정부 발표를 듣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들어선 우리에겐 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지만….

박현진<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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