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남북회담]北『비료부터…』 南『그냥 줄순 없고』

  • 입력 1998년 4월 13일 19시 40분


베이징(北京)회담에서 남북한이 대북한 비료제공과 이산가족교류문제 등을 병행 추진키로 원칙적인 합의를 보고도 쉽게 회담을 타결짓지 못하는 것은 양측이 더 많은 실리를 얻기위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은 처음부터 남북관계 개선보다는 4,5월 파종기를 앞두고 우선 급한 비료를 확보하는데 목적을 두고 회담에 나온 인상이 짙다.

전금철(全今哲)단장은 13일 “비료문제가 먼저 해결되면 이산가족문제는 뒤따라서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면서 “비료와 이산가족문제를 1대 1로 교환하자는 것은 진정한 상호주의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우리측은 95년 베이징 쌀회담 때 북한이 쌀 15만t을 지원받고서도 오히려 남북관계를 경색시켰던 전례를 들어 북한이 이산가족문제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 한 비료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쌀회담 대표였던 전단장이 이번에도 쌀회담 때와 똑같이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측의 이같은 입장차이는 그러나 접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은 듯 보인다. 우선 북한이 이번 회담을 먼저 제의하고 의제에 비료 외에 ‘상호관심사’를 포함시킨 것은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호응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북측은 회담 막바지까지 우리측을 압박하고 초조함을 유발해 더 많은 비료를 얻어내겠다는 심리적 전술을 쓰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우리측도 북한을 화해와 협력의 장으로 유도하기 위해선 북한이 원하는 비료를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다. 다만 북측이 이산가족문제에 대해 단순한 수사 이상의 확실한 언질을 해달라는 것이다. 우리측은 “비료를 주긴 주되 세차례에 걸쳐 주겠다”고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양측은 회담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한 후 비료와 이산가족문제를 적절히 연계시키는 선에서 대타협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북한에 1차 비료지원을 하는 대신 이산가족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회담의 날짜와 의제를 정하고 그리고 다시 2차 지원은 적십자회담의 진전 여부를 보아가며 가부를 결정하는 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베이징〓한기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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