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남북회담]北대표, 인도주의 강조

  • 입력 1998년 4월 13일 19시 40분


베이징 남북차관급 회담 사흘째인 13일 양측은 정세현(丁世鉉)남측 수석대표와 전금철(全今哲)북측 대표단장 간의 수석대표 접촉만 갖고 쟁점들에 대한 타결을 모색했다.

○…대표접촉은 당초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북한측이 “사정이 있다”며 연기해줄 것을 요청해와 오후 3시에 시작. 양측은 접촉장소도 비밀에 부치는 등 보안에 극도로 신경.

당초 우리측은 정수석대표가 전단장을 1대1로 만나 회담의 돌파구를 마련할 생각이었는데 전단장이 김성림 광명성경제연합회 실장을 대동하는 바람에 우리측도 손인교(孫仁敎)통일부 국장을 동석시켜 대표접촉은 결국 4자접촉으로 진행.

양측 대표단은 이에 앞서 12일 베이징의 한 중국음식점에서 만찬을 가졌으나 회담 진통 때문인지 분위기가 밝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이 전언.

한 참석자는 “북측 대표들은 남측 대표들이 술을 권해도 잘 마시지 않았고 농담도 하지 않는 등 좀처럼 마음을 열려하지 않았다”고 귀띔.

○…북측의 전단장은 이날도 숙소인 징룬호텔(京倫飯店)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다 마주친 내외신기자들에게 이번 회담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등 비공식적인 언론접촉기회를 최대한 활용.

그는 “84년 남측의 (서울 망원동)수재 때 우리가 조건 없이 구호물자를 지원한 것은 인도주의에 입각했기 때문이었다”면서 “비료문제와 이산가족문제를 맞바꾸려는 것은 인도주의가 아니다”고 주장.

그는 또 “남측이 비료지원에 4천만 달러가 드는 대신에 이산가족문제로 3천억달러 정도의 실익이 있을 경우 정치적 고려 때문에 4천만달러를 투자하지 않는다면 이는 경제적으로도 손해”라고 강변.

이에 기자들이 “한국도 경제가 어려워 상호주의에 입각하지 않고 비료만 주는 것은 국민감정상 어렵다”고 지적하자 동석한 북측의 다른 대표가 “상호주의에 대한 동무의 생각은 중등학생 수준에도 못미친다”고 소리 높여 힐난.

○…회담이 막판에 진통을 거듭하자 우리측 대표단 관계자들은 “혹시나 했는데 역시”라며 다소 실망스러워 하는 기색들.

한 관계자는 남북기본합의서가 이행되지 않고 있는 점을 예로 들며 “북한측은 백번 합의하고 각서를 써도 나중엔 지키지 않기 때문에 아무 소용이 없다”며 북측과 협상의 고충을 토로. 또 다른 관계자는 “대표단이 서울을 떠나올 때 (고위층으로부터) 너무 부담을 갖지 말라는 얘기를 듣고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아쉬운 쪽은 북측이기 때문에 회담 타결에 크게 연연해 하지 않는다”고 언급.

〈베이징〓한기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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