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이준」, 『묻지 말고 「그냥」봐야 제맛』

  • 입력 1998년 4월 13일 09시 09분


스무살의 처절한 몸짓을 그린 한국영화 ‘바이 준’에 대한 반응은 스무살을 경계로 끝과 끝으로 갈라진다.

스무살이 넘은 관객은 “도대체 쟤들(영화속 주인공들)은 왜 저러느냐”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반면 스무살 미만의 관객은 “맞다, 우리 얘기다”하고 박수를 보낸다. 나이든 관객은 “영화가 뭘 말하려고 하는 거냐. 멀쩡한 애들이 왜 섹스 마약 속에서 허우적대느냐”며 ‘무엇’과 ‘왜’를 따지는 반면 젊은층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냥’ 받아들인다. 영화 한편 가지고도 이렇게 세대차가 난다.

시나리오까지 직접 쓴 최호감독(32)은 “자꾸 묻는 것은 얄팍한 반응”이라고 냉소했다.

“나는 영화의 메시지 캐릭터 극적인 구성에 전혀 신경쓰지 않았는데 그걸 찾는 사람이 있어 안타깝다. 그런 한국적 엄숙주의를 깨고 싶었다.”

스무살 안팎의 주인공 네명도 누가 뭘 물으면 “그냥” “그렇지 뭐”란 말로 모든 대답을 대신한다.

이 영화로 데뷔한 여자주인공 김하늘(20)은 왜 이 영화를 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그냥”이라고 대답했으며 꼬치꼬치 캐묻자 표현하기 어렵다는 듯 “느낌이 왔다”고 덧붙였다.

남자주인공 유지태(22)는 정말 요즘 젊은이들이 영화속의 인물과 같으냐는 물음에 “그렇죠 뭐” 했다. 죽은 친구의 애인을 사랑하는, 현실의 벽에 부닥친 역할을 하다보니 말투와 눈빛까지 권태롭게 변했다며. 90년대 말의 스무살 안팎은 80년대의 그 나이또래가 화염병을 던지며 사회에 저항한 것처럼 방황과 일탈로 기성세대에 저항한다는 말과 함께.

그렇다면 최감독은 왜 이 영화를 만들었을까. “카메라가 가만히 서 있으면 답답해서 못견딘다”는 그는 풍부한 스타일, ‘과잉감각’이라고 할 만큼 다채로운 감각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관객에게 코끝이 찡한 감동따위는 구하지 않는다.

“‘그렇지 뭐’ 하고 이해하면 좋고 안그래도 할 수 없다”는 게 그의 말. 지난달 말 개봉된 이 ‘당당한’ 영화에 1만여명의 추종자가 들었다.

〈김순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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