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노은복/『여보 힘내요! 내가 있잖아요』

  • 입력 1998년 4월 13일 09시 09분


많이 힘드시죠. 부부라는게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어가는 관계라는데 과연 우리 결혼생활도 그러했는지 지난 6년을 뒤돌아 보게 되는 요즘입니다. 당신은 남자가 남자로서 대우받지 못하는, 아버지가 아버지로서 존경받기 힘든 서러운 시대를 사는 탓에 삶이 더 짜증스럽고 힘들겠지요.

당신에게 결혼생활은 어떤 색깔이었을까요. 당신 없는 요즘 가만히 생각해보니 당신의 결혼생활은 어쩌면 십자가였던 것도 같고 무거운 굴레였던 것도 같아요. 훌쩍 떠나기를 좋아하던 젊은 날의 날갯짓조차 한번 해보지 못하고 살아야 했으니까요. 당신의 자유와 날갯짓을 접어둔 채 끊임없이 돌아가야 하는 물레방아처럼 가족을 위해 뛰고 또 뛰어야만 했던 당신의 삶이 안쓰럽기도 하답니다.

여보. 가끔 맞벌이로 당신 덜 힘들도록 돕고도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무능함이 특히 요즘엔 한심해요. 당신은 아이들 잘 키우고 살림잘하면 된다지만 결혼생활이 거듭될수록 당신의 활짝 웃는 모습이 줄어들고 어느새 커져버린 음성도 들리고 총각시절의 맑은 표정 대신 찌들어가는 얼굴을 볼 때면 너무도 속상하고 안타까워요. 당신은 살얼음판 위에서 두려워하고 힘들어 하는데…. 지난 세월 당신을 힘들게 하고 아프게 한 모든 투정과 짜증이 부끄럽기도 해요.

다 잘될 거예요. 살아갈수록 더 당신을 사랑하는 아내가 있고 당신 꼭 닮은 아들 딸이 있잖아요. 조금은 답답하지만 손맞잡고 웃을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잘 지낼게요. 당신 외롭게도 슬프게도 안할게요.

불혹의 나이엔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더군요. 새롭게 시작하는 사십대, 당신에게 닥친 시련이 곧 끝나기를 기도할게요. 영원히 당신곁에 있고픈 아내 은복 드림.

노은복(경기 안산시 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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