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94)

  • 입력 1998년 4월 13일 08시 10분


제11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19〉

이튿날 아침, 서른아홉 명의 도적들은 다시 시내로 잠입했다. 문간 한쪽 구석에 붉은 표시가 되어 있는 집을 덮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든 집 대문의 똑같은 위치에 똑같이 붉은 표시가 그려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치빠른 마르자나는 자신의 집 대문 한 귀퉁이에 그려져 있는 붉은색 표시를 발견하고, 전과 마찬가지로 빈틈없는 조치를 취해두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서른아홉 명의 도적은 다시금 그들의 동굴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알리바바의 집 문간에 붉은 표시를 하고 돌아왔던 그 불쌍한 두번째 사나이도 첫번째 사나이와 마찬가지로 사형에 처해졌다.

두 차례에 걸친 출동에도 불구하고 도적들은 아무것도 이룩한 것이 없었다. 그 두 사건을 통하여 그들은 다만 가장 용기 있는 두 사람의 도적을 잃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두목은 오랜 숙고 끝에 소리쳤다.

“앞으로는 나 이외에 어떤 놈도 믿지 않으리라.”

그리고 그는 혼자서 시내로 내려갔다.

두목 또한 우선 무스타파 노인을 찾아갔다. 그러나 그는 두 부하들이 했던 것처럼 하지는 않았다. 무스타파 노인의 안내로 알리바바의 집을 알아냈지만 그는 흰 분필이나 붉은 분필로 문간에 표시를 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주변을 주의 깊게 살펴 그 집의 위치를 머리 속에 새겨두었다. 그리고는 숲으로 돌아갔다.

동굴 속으로 들어간 두목은 서른일곱 명의 부하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우리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힌 범인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았다. 나는 그놈의 집을 확실히 알고 있단 말이다. 알라께 맹세코, 그놈은 끔찍한 벌을 받게 될 것이다. 너희들은 지금 곧 서른여덟 개의 커다란 독을 구해오너라. 서른여덟 개의 독 중 하나에만 올리브 기름을 가득 채우고, 나머지는 그냥 비워두도록 해라. 금이 가 있으면 안되니 잘 보고 골라 오도록 해라. 그리고 모든 일을 신속히 행하도록 하라.”

두목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도적들은 서둘러 시장으로 갔다. 거기서 그들은 서른여덟 개의 독을 사 각기 두 개씩 말등에 싣고 돌아왔다. 그 중 하나에 가득히 올리브 기름을 채워오는 것도 잊지 않았다.

모든 준비가 갖추어진 것을 보고 두목은 명령했다.

“너희들은 모두 무기를 갖추고 한 사람씩 독 안으로 들어가라.”

그때 부하들 중 하나가 말했다.

“그렇지만 두목님, 그까짓 놈 하나를 처치하는데 전 병력이 출동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러나 두목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모르는 소리 작작해. 그놈은 우리들의 침공에 대비하여 집 구석구석에 흑인노예들을 배치시켜놓고 있을지도 몰라.”

그리하여 서른일곱 명의 도적들은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말 잔등에 실려 있는 독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그때 그들의 손에는 날카로운 칼이며 곤봉 따위가 들려 있었다.

“우리의 비밀을 알고 있는 놈이 어느 놈인지는 모르지만, 잡히기만 하면 머리통을 쪼개놓을 것이다.”

독 속으로 들어가 앉은 서른일곱 명의 도적들은 저마다 복수심을 불태우고 있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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