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換亂책임자 직무유기죄 적용,朴鍾哲사건이 참고서』

  • 입력 1998년 4월 12일 20시 55분


‘환란(換亂)’ 수사에 나선 대검 중수부 일선 검사들은 휴일인 12일에도 서울지검 기록관리과에서 옛 기록을 입수해 하루종일 기록검토에 몰두했다. 이 기록은 박종철(朴鍾哲)군 고문치사 사건과 관련해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됐던 강민창(姜玟昌) 전치안본부장의 수사 및 재판 기록.

검찰은 이 사건기록이 강경식(姜慶植) 전경제부총리와 김인호(金仁浩)전청와대경제수석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수사의 ‘참고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소유지가 까다롭기로 이름난 공무원의 직무유기 범죄에 대해 사법부가 유죄 판결을 내림으로써 검찰에 최종 승리를 안겨다준 사건이기 때문이다.

강전본부장 사건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검찰은 88년2월 강씨를 구속기소한 이후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냈으나 2심에서는 무죄판결이 났다. 강전본부장 사건은 다시 상고심에서 원심파기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93년7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강전본부장 사건의 쟁점은 그에게 직무를 유기한다는 주관적 의사(고의)가 있었느냐의 여부였다. 대법원은 ‘강전본부장이 사건 당시 경찰조직 총수로서 고문경찰관들에 대한 수사지휘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신문보도 등으로 더 이상 은폐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뒤에야 수사를 지시한 점’으로 미루어 직무유기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이 판례가 강전부총리 등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외환위기를 보고받고도 이를 묵살하고 있다가 당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다른 채널을 통해 외환위기 상황을 알게 된 이후에야 제대로 보고한 것이 강전본부장 사건과 똑같은 ‘구조’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같은 판단을 토대로 강전부총리 등에게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기로 일차적인 결론을 내렸다.

〈이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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