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남북차관급회담 표정]『남북간에 봄이…』덕담

  • 입력 1998년 4월 12일 20시 55분


3년9개월여만에 재개된 베이징 차관급남북회담은 비교적 화기로운 분위기 속에서 12일 이틀째 회의를 속개했다.

○…회의는 오전 10시(한국시간 11시) 보도진을 위한 사진촬영 등을 허용하지 않고 곧바로 시작돼 2시간여 동안 진행. 북한의 전금철(全今哲)수석대표는 회담 전후 보도진의 질문공세에 “회담 분위기가 좋다”고 짤막하게 답변하고 구체적인 언급은 회피. 그러나 한국의 정세현(丁世鉉)수석대표는 회담이 끝날 때마다 회담결과를 일일이 브리핑. 정수석대표는 특히 회담 시작 전 전수석대표에게 한국언론이 북한측 입장을 궁금해하고 있음을 전하고 브리핑 해줄 것을 권유. 그러나 전수석대표는 “우리 입장을 금명간 한국 기자들에게 알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만 대답.

○…북한측 대표단은 당초 베이징 북한대사관에 묵을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국기자단이 묵고 있는 징룬(京倫)호텔에 투숙. 이로 인해 호텔 10층에 투숙한 북한대표들과 7층의 한국기자들이 식당 엘리베이터 등에서 예상치 않게 부닥치는 일이 빈번. 북한측이 한국기자들의 투숙 사실을 알고도 이곳을 숙소로 잡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들은 한국기자의 질문공세에 원칙론적인 입장에서 자신들의 견해를 비교적 부드럽게 설명.

○…전날 1차회의는 당초 오후 3시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북측 대표단이 회담장을 미리 확인하는 등 실무절차를 협의하자며 1시간 연기를 요청하는 바람에 오후 4시에 시작.

한국측 정수석대표와 북한측 전수석대표는 반갑게 악수한 뒤 예년보다 일찍 찾아 온 봄을 화제로 삼아 10여분간 덕담을 교환. 정수석대표가 “계절이 빨리 온 것처럼 남북관계에도 빨리 좋은 일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문을 열자 전수석대표는 “이렇게 만난게 좋은 징조”라면서 “불행하게도 (한국의) 문민정권시절에 북남관계에 공백과 침체기가 있었지만 허송한 지난 5년간을 빨리 회복하고 북남관계를 새롭게 전환시키는 계기를 만들자”고 화답.

정수석대표는 이어 비료지원문제를 거론하며 “어려울 때 여유있는 쪽에서 도와주는 것은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했고 전수석대표는 15일이 김일성(金日成)의 생일(태양절)임을 상기시키며 “이번 회담에서 풍만한 결실을 이뤄 명절을 맞아 민족에 기쁨을 안겼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표시.

○…북한 대표단은 11일 오전 9시40분 북한국적기인 고려항공 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했는데 공항에는 안기부의 ‘북풍’문건에 공작원 ‘흑금성’의 파트너로 등장하는 강덕순이 마중 나와 눈길. 김일성의 어머니 강반석의 조카로 알려진 강은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중장(한국의 소장)으로 실세이기 때문에 북한이 이번 회담의 막후 지휘를 위해 그를 미리 보낸게 아니냐는 관측들.

〈베이징〓한기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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