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중앙집권적 법관인사제도에는 독립적이고 소신있는 재판을 저해하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가령 정치적 사건이나 공안 시국사건 등의 경우 재판 결과에 따라 담당 법관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예가 없지 않았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재판한다는 헌법상 명문규정을 무색하게 하는 이런 사례 때문에 법관이 비인기지역으로 좌천되지 않기 위해 소신을 굽혀야 하는 경우가 있었던 것이다. 지역법관제는 이런 문제점을 상당히 해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대다수 법관은 수도권에서 근무하기를 원해 지방에는 비교적 젊은 법관들이 보임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법관이 아무리 유능해도 주민들은 젊은 법관을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이는 필연적으로 상소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지역법관제를 실시하면 경력있는 법관들이 지방에 많이 남아 있을 수 있다. 현재 전국 법관의 평균연령은 37.7세, 변호사는 48.7세다. 50대 법관은 전체의 7.9%에 불과하고 그나마 대부분 서울 등 대도시에 몰려 있다. 게다가 법관의 잦은 인사이동은 재판업무의 연속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지역적 특성과 문화적 전통 등이 무시돼 주민들의 반감을 살 우려도 높다.
지역법관제를 실시하려면 무엇보다 ‘법조일원화’가 필수적이다. 즉 해당 지역의 깨끗하고 유능한 경력변호사를 법관으로 영입하는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 특히 지역법관제는 지방자치의 발전과도 깊은 관계가 있으므로 이런 주변 여건들이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지역법관제가 무리없이 시행되기 어렵다. 당장 지역법관을 희망하는 법관이 많이 나올 리 없다. 급여체계도 직급이 아닌 경력 연수(年數)를 기본으로 하는 제도로 바꾸어 승진인사에 신경을 쓰지 않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 법관이 한 지역에서 오래 근무하다보면 지역유지 등과 유착할 우려도 없지 않다. 이를 어떻게 막느냐에 따라 지역법관제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정한 재판에 신명을 바치는 철저한 법관직업윤리의 확립이 관건인 것이다. 따라서 지역법관제는 성급한 전면실시보다 일부 지역의 시범운영상황을 보면서 점차 대상 지역을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