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북아일랜드 봄은 오나

  • 입력 1998년 4월 12일 20시 31분


북아일랜드에 종교 갈등의 씨앗이 뿌려진 것은 영국의 신교도들이 구교도 거주지역인 북아일랜드로 이주를 시작한 17세기 초였다. 구교도들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북아일랜드공화군을 결성하고 영국의 지원을 업은 신교도계가 방위군을 만들어 본격 대응한 것은 1960년대 후반부터다. 두 세력간의 각종 테러로 지난 30년 동안 희생된 사람은 3천2백여명, 부상자는 4만명에 이른다.

▼그동안 북아일랜드사태로 영국이 겪은 국제적인 체면손상은 말이 아니었다. 영국은 1972년 북아일랜드에 1만여명의 군대를 파견, 공수부대의 무차별 시위진압으로 구교계 14명이 희생됐다. 1981년에는 보비 샌즈라는 구교도 청년이 66일간 옥중 단식을 하다 죽었다. 당시 27세였던 그의 생명이 하루하루 꺼져가고 있을 때 영국정부는 냉혹하게 침묵을 지켰다. 세계 여론은 문명국의 수치라며 영국정부를 비난했다.

▼그 영국과 아일랜드정부, 북아일랜드 신구교계 8개 정파가 마침내 평화협상을 타결했다고 한다. 협상의 주역은 조지 미첼 전 미국상원의원. 2년 전부터 협상에 참여해온 그는 6개월된 아들 얘기를 했다. 올해 64세로 뒤늦게 아들을 본 그는 아들과 같은 날 출생한 북아일랜드의 아기가 61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들에게도 자기 아들과 똑같은 인생의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더욱 협상에 몰두했다는 것이다.

▼이제 비극의 땅 북아일랜드에 영국의 직접통치가 중단되고 자치정부가 들어선다. 그러나 낙관은 이르다. 신구교도 어느쪽도 수백년 동안 계속된 갈등의 응어리를 하루아침에 풀지는 못할 것이다. 인구 구성으로 보면 신교도가 54%, 구교도가 43%다. 의사결정을 만장일치제로 하는 등 다양한 통치방법이 제안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가 이성을 찾는 일이다.

남찬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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