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정신분석]정도언/…남의 탓 심리

  • 입력 1998년 4월 10일 19시 57분


우리나라에 경제 위기가 닥치면서 사람들이 말하기 시작했다. “IMF한파, IMF위기가 닥쳤다”고. IMF 관계자들이 이 말을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까. “너희 나라에 문제가 있는데 왜 우리가 위기라고 하느냐. 참 웃기는 이야기다”고 할 것 같다.

자신이 지닌 문제의 뿌리를 흔히 밖에서 찾으려 한다.

시험을 망친 중학생은 TV를 보며 허송세월하다가 잠을 설치고 공부를 덜 한 자신의 잘못보다는 아침에 엄마가 5분 늦게 깨워준 것을 탓한다. 결재받다가 혼난 회사원은 서류기안 능력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보다는 일진이 나빴다며 오징어다리를 상사의 얼굴인 양 씹어대며 술로 분을 푼다.

왜 사람은 남의 탓으로 돌리기를 좋아하는가. 자신의 결점이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완벽하기를 바라는 ‘자기애적 환상’을 지니고 산다.

우리가 슈퍼맨이나 로보캅과 같은, 끝이 뻔한 비현실적 이야기에 돈을 써가면서 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신이 완벽하지 않고 실수와 결점 투성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 생살을 깨무는 것과 같이 고통스럽기에 가장 쉬운 방법인 부정(否定)을 택하는 것이다. 풀 속에 머리를 쑤셔넣고 사냥꾼을 피해가려는 꿩과 같이.

‘남의 탓’의 최대 부작용은 무엇인가. ‘나의 탓’임을 받아들이면 찾아오는 발전이나 개선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다는 점이다.

정도언<서울대의대 신경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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