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동관/한나라당의 「제자리 찾기」

  • 입력 1998년 4월 10일 1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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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대여(對與)규탄의 표현 못지않게 가장 많이 등장한 말은 ‘건전야당’ ‘정책야당’이었다.

이회창(李會昌)명예총재 조순(趙淳)총재 등 새 지도부는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협조할 것은 협조하는’ 성숙한 야당상(像)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신여권이 야당이던 시절에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이 표현은 여전히 가슴에 와닿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실제 새정부 출범후 총리임명동의안처리 북풍(北風)사태 등을 거치며 한나라당이 보여준 것은 여권의 ‘도전’에 ‘대응’하는 수동적인 모습 뿐이었다.

신여권이 무리한 정국운영으로 과거 여당을 닮아가는 것과 비례해 한나라당도 갈수록 옛 야당을 닮아가는 느낌이다.

한 핵심당직자도 “그동안 한나라당이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여당의 ‘자충수’ 때문이었다”고 토로했다.

‘4·2’재 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물론 영남권의 뿌리깊은 반(反)DJ(김대중대통령)정서 때문이었다.

‘21세기 정당’과 ‘3김(金)청산’을 외쳐온 한나라당이 아직도 존재이유를 특정지역이나 특정정치인에 대한 반감(反感)에 두고 있다면 우리 정치의 앞날이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주체만 바뀌었을 뿐 논리구조는 3김정치의 연장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일본 자민당처럼 우리사회의 ‘주류(主流)’를 대변하는 정당이란 논리를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우리사회의 주류가 원하는 것은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이 없는 ‘생산적인 정치’다.

이동관<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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