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심한 연합공천 싸움

  • 입력 1998년 4월 10일 19시 57분


연합공천 허용 여부를 놓고 여야의 선거법 협상이 암초에 부닥쳤다. 그런 터에 여권이 변칙까지 동원해 사실상의 연합공천을 감행하려 하고 있다. 심지어 불과 1개월여 전에 국민회의가 입당시켰던 임창열(林昌烈)전부총리를 이번에는 자민련에 입당시켜 경기지사 후보로 내보내는 문제도 일각에서 검토한 듯하다. 국정을 맡은 공당(公黨)들이 지분안배의 편의만을 위해 특정인을 제멋대로 오라가라한 셈이다. 정당정치의 기본질서를 훼손하고 정치를 희화화할 우려가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여권은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부분적으로 ‘텃밭’을 바꿔 공천하는 방안도 거론하는 모양이다. 지역당 색채를 엷게 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이 정당 자신들의 모양만 생각하는 독선적 작위적 태도다. 집권세력이 그런 꼼수를 쓰면 안된다. 다급할수록 정도(正道)로 가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여권은 당당하지 못한 변칙공천 움직임을 재고해야 마땅하다.

선거법상의 연합공천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싸움도 빗나가고 있다. DJP연합으로 집권한 측이 지방선거에서 국민신당과도 연합해 이득을 보려 하고 한나라당이 여기에 반발하는 것이 이번 공방의 본질이다. 집권측이 한나라당을 포위하려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저항하는 것도 정치적으로는 당연하다. 그러나 정치와 법은 구별해야 한다. 여야가 정치적 이해(利害)만으로 법을 무원칙하게 뜯어 고치려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여권은 연합공천을 허용해 후보를 실제로 내지 않은 정당도 후보를 낸 정당과 똑같은 법적 자격을 갖도록 하자고 주장한다. 반대로 한나라당은 정당간에 후보에 관한 협의 자체를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맞선다. 여권의 주장은 정당정치의 원칙을 너무 광범위하게 무너뜨릴 위험이 있고 한나라당의 제안은 정당의 정치적 선택을 지나치게 제한할 소지가 있다. 일부에서는 의원내각제라면 몰라도 대통령중심제에서는 연합공천이 안된다고 주장하지만 근거가 불충분하다. 정당간의 선거협력 여부는 정부형태보다 양당제냐 다당제냐를 포함한 각국의 형편에 따르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여야의 주장은 이미 상대측의 완강한 반대에 봉착해 원만하게 관철될 여지가 좁아졌다. 그렇다면 여야 모두 기존 제안을 보류하고 이 문제에 관해서는 현행법대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후보를 낸 정당과 내지 않은 정당은 서로 다른 자격을 갖되 후보를 내지 않은 정당의 소속인사들도 다른 후보를 지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지방선거는 다가오는데 선거법 협상을 마냥 미룰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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