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탠더드시대④]파리 시민,검소한 옷차림 즐겨

  • 입력 1998년 4월 10일 10시 53분


파리8대학에서 지방행정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뮤리엘 피쇼(25)는 한국사람들이 생각하는 멋진 파리 아가씨가 아니다.

겨울내내 두툼한 점퍼에 허름한 검은색 바지 차림이다. 추운 날이면 가끔씩 두르는 목도리가 유일한 멋내기. 신발도 아무데서나 살 수 있는 싸구려 운동화다.

아버지는 교사, 어머니는 의사로 프랑스에서 중류층은 되는 가정 출신이지만 옷차림은 검소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항상 깔끔하다는 인상을 준다.

뮤리엘이 특별한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프랑스 대학생들은 그녀와 비슷하다. 옷차림이 자유스러운 고등학생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사람들이 패션에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패션 쇼는 중요한 문화행사중 하나다. TV나 신문에서도 패션 디자이너들의 새 작품들을 비중있게 다룬다.

프랑스에 체류해본 한국사람이면 누구나 파리 사람들이 파리 패션과 전혀 무관하게 산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한 번쯤은 놀라게 된다. 파리 사람들은 패션을 자신의 실제 삶과는 어느정도 거리가 있는 문화로 받아들일 뿐이다.

통 넓은 힙합 바지 등 유행하는 한두가지 옷을 입고 비슷한 머리 모양을 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파리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2,3년전 파리를 휩쓴 한국의 배낭족들을 파리 사람들은 금세 알아보곤 했다. 일행중 80% 이상이 작은 알의 검정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기 때문.

파리 처녀 뮤리엘의 패션철학은 음미해볼 만하다.

“패션이란 내 형편에 맞는 차림으로 나 자신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파리〓김상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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