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기부양 발표 의미]위기감에 「급한 불끄기」

  • 입력 1998년 4월 10일 0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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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1월 출범한 일본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내각이 내건 기치는 개혁이었다. 재정개혁과 행정개혁이 그 뼈대였다.

그러나 그는 9일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재정개혁의 포기를 선언했다. 4조엔의 추가감세와 이를 위한 재정구조개혁법의 개정은 그동안 추진해온 재정재건 노선을 버리고 경기부양 정책을 선택한다는 뜻이다.

이같은 정책 전환을 가져온 직접적 원인은 워낙 바닥을 기고 있는 일본의 경기다.

작년 4월의 소비세율 인상후 악화일로를 걸은 내수경기는 97회계연도 경제성장률이 23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진데 이어 올해에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상황에 몰리고 있다.

내수경기 침체는 가뜩이나 불량채권과 신인도 악화에 시달리는 금융계를 강타, 금융불안으로 이어졌다. 이달 들어 약세를 보이던 금융시장은 3일 미국 무디스사가 일본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조정한 것을 계기로 엔화가치 주가 채권값이 한꺼번에 폭락, 금융공황의 우려를 낳는 위기상황까지 가져왔다.

경기가 바닥을 치는 상태에서 현실과 맞지 않는 재정개혁을 들고 나와 경제를 망친 이른바 ‘하시모토 불황’에 대한 시각은 차갑기만 하다. 심지어 8일에는 금융시장에 하시모토총리 퇴진설이 나돌자 주가와 엔화가치가 폭등하기까지 했다.

경제정책실패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이처럼 높아지자 7월 참의원 선거를 불과 3개월 앞두고 집권 자민당은 앞장서서 처방전을 내지 않을 수 없었고 하시모토총리는 이를 수용했다.

외부로부터의 경기부양 압력도 거셌다. 특히 미국은 내정간섭에 가까울만큼 집요하게 경기를 달굴 정책을 요구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일본정부는 알면서도 실행하지 않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하며 이에 가세했다.

이번 부양책이 일본 내수경기와 금융시장에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9일 기자회견 직후 도쿄와 런던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가 다소 약세로 돌아선 것을 보면 장담할 단계는 아니다.

하시모토총리의 앞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총리의 자진사퇴를 요구한 야당은 내각불신임안을제출할것으로알려졌다.

그가 당장 물러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번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와 금융불안이 가시지 않을 경우 총리 조기퇴진압력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도쿄〓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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