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보호시책 의미]『소비자-공급자 관계 대등』

  • 입력 1998년 4월 9일 19시 55분


평범한 소비자들은 그동안 대기업의 힘에 눌려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향유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정부가 발표한 소비자 종합시책은 공급자 중심의 일방적 관계를 상호 대등한 균형관계로 바꾸어놓은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제도 마련이 꼭 기업에 불리한 것만도 아니다.

리콜제나 소비자들의 감시 강화로 기업이 품질 향상에 힘써 대처하기에 따라서는 경쟁력을 확보, 소비자들의 인정을 받아 오히려 성공하는 사례가 외국에서는 얼마든지 있다.

성신여대 허경옥(許慶玉)교수는 “두통약을 만드는 미국 타이레놀사는 어린아이들이 쉽게 약을 꺼내 먹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속출, 잇따른 소송을 당하자 안전 뚜껑을 개발해 시판, 매출액을 크게 올렸다”고 소개했다.

제품 결함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나 적극적인 피해 배상은 장기적으로 볼 때 기업의 체질을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민법상에도 공산품 등이 잘못 제작되거나 유통돼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치면 손해 배상을 해주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피해액이 크지 않으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까다로운 소송절차를 기피했고 법 내용 또한 소비자보다는 공급자 중심이었다.

현행 민법은 제품 결함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보았을 때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제품 결함 존재 △제품결함과 손해와의 인과관계 △결함이 제조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것이라는 세가지를 소비자가 입증해야만 손해 배상을 받을 수 있었다.

소비자가 제품의 결함이 제조업자의 고의나 과실에 따른 것을 입증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는 이번에 제정되는 제조물책임법에 바로 이 입증책임을 생략하기로 했다.

집단소송법 역시 소액 피해자들 여럿이 모여 권익을 찾을 수 있도록 법시행에 유연성을 두기로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구본천(具本天)연구위원은 “미국처럼 소비자가 유통업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면 중소제조업자 대신 백화점과 같은 대형 유통업자로부터 확실한 피해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며 “입법과정에서 이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약품 표준소매 가격제를 단계적으로 개선하는 방안도 소비자들에게는 희소식이지만 약사들의 집단반발을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반병희·신치영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