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변호사비리 전면수사

  • 입력 1998년 4월 8일 20시 11분


변호사들의 비리가 검찰의 전면수사 도마에 올랐다. 검찰은 특정지역 사건을 ‘싹쓸이’ 수임한 변호사, 브로커를 고용해 사건을 맡은 변호사 등을 검찰청별로 전담수사반을 편성해 중점 수사할 방침이라는 보도다. 변호사협회가 비리의혹이 있는 변호사들을 수사의뢰키로 했던 당초 방침을 철회한 것은 자정(自淨)의지가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라고 한다.

변호사에게 비리혐의가 있다면 언제든지 수사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판검사들의 비리도 마찬가지다. 의정부지역 일부 변호사의 비리사건은 법원 검찰 변호사업계 등 법조삼륜(法曹三輪)이 결국 한통속이었음을 증명했다. 국민은 이 사건이 법조계 개혁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본란도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법원 검찰은 관련 판검사들에 대한 처리를 한결같이 어물쩍 끝내버리고 말았다. 변호사협회도 그랬다. 막중한 법조업무의 성격으로 볼 때 일반인보다 훨씬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아 마땅한 사례가 자체징계로 마무리될 때 국민의 허탈감과 절망감은 기댈 데가 없어진다. 자기 집안 단속도 제대로 못하는 검찰이 변호사비리를 전면수사하겠다니 희화적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법조계가 검은 돈으로 혼탁해져서는 안될 첫째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사건처리에 공정성을 잃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검은 돈때문에 백(白)이 흑(黑)이 되고 흑이 백이 되는 진실왜곡사태가 빚어진다면 법원 검찰은 존재이유가 없다. 판검사의 직급이 다른 공무원보다 높고 더 나은 급여를 주는 것도 그들 업무의 중요성때문이다.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점에선 변호사도 또 하나의 사법기관으로 봐야 한다.

국민은 이제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법조인들에게 자체개혁을 요구하는 것이 무리임을 잘 알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현재의 법원 검찰 수뇌부가 완전히 물갈이되지 않는 한 개혁은 불가능하다고까지 주장한다. 사또가 벌을 주며 백성을 다스리던 왕조시대의 법개념이 머리 속에 박힌 그들이 발상법을 바꾸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검찰의 전면수사에 다시 일말의 기대를 걸고 지켜보고자 한다. 변호사비리를 수사하다보면 판검사의 연루혐의도 적지않게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선별수사한다면 검찰의 공신력은 더 추락할 것이다. 변호사만 희생양으로 삼으면 안된다. 판검사도 전면수사의 대상이 돼야 한다. 물밑에 숨겨져 있던 빙산의 전모를 드러내 놓을 때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 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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