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紙上 배심원평결]주말마다 시댁 들르기

  • 입력 1998년 4월 8일 19시 52분


▼ 남편생각 ▼

이동엽씨 (30·대한제당 당업팀 사원)

외아들인 저에게 시집와서 아내가 겪는 어려움이 크다는 것을 압니다. 솔직한 제 생각은 여동생 둘 중 하나를 시집보내고 난 뒤 부모님을 모시려는 거죠. 부모님댁 주변으로 이사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 였습니다. 나중에 같이 살려면 고부간의 정을 미리부터 돈독히 해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어머니께서 “밥하지 말고 와서 식사하라”고 연락하실 때는 그분 나름대로 깊이 배려를 하시는 겁니다. 섭섭해 하시는 걸 뻔히 알면서 거절할 수가 있습니까. 또 요즘은 시절이 시절인 만큼 외식이나 나들이보다는 가족과 함께 집안에서 ‘특별식’을 해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저라고 주말에 아내, 지민이와 따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없겠습니까. 하지만 불과 5분 거리에 살면서 ‘몰래 나들이’를 떠날 수야 없지 않습니까. 최소한 부모님께 형식적이라도 같이 가실지 뜻은 물어야죠. 결국 거절을 하시더라도 “너희끼리 다녀오너라”는 말 한마디를 들어야 마음이 편합니다.

아내는 죄송한 마음에 못 떠나는 일이 많다고 불만을 털어놓지만 제 마음도 이해해 줬으면 해요.

▼ 아내생각 ▼

박지현(26·주부·경기 안양시 호계동)

시댁이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5분 거리예요. 95년 9월에 결혼해 친정집 근처에서 살다가 지난해 중순 시댁 주변으로 이사했죠.

이사 뒤부터 말다툼이 잦아졌어요. 동엽씨는 여동생만 두명인 외아들이거든요. 일주일에 서너번 정도는 시댁에서 저녁식사를 같이 해요. “저녁 먹으러 오라”고 부모님이 전화하시면 “싫다”고 대답하기 쉽지 않거든요. 특히 일요일 점심, 저녁 중 한끼는 꼭 부모님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게 동엽씨 생각이에요. 일요일 아침이면 교회에 가기 전에 부모님에게 전화부터 걸어요.

‘효자 옆에 효부 없다’고 하잖아요. 13개월된 딸아이 지민이를 키우느라 한주일 동안 얼마나 힘든지 동엽씨가 알아줬으면 해요. 주말만이라도 휴식을 취하거나 다른 부부들처럼 외식, 쇼핑으로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주말에 시댁에 들러 나들이를 가자고 물으면 대부분 “너희끼리 다녀와라”고 하시지만 동엽씨는 “미안해서 어떻게 저희만 가느냐”며 눌러앉곤 해요. 평일에 많은 시간을 부모님과 보내는 만큼 주말에는 문안인사를 생략하고 ‘독립적’인 생활을 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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