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장학퀴즈」 다시 뜨네…IMF영향 「엘리트」향수

  • 입력 1998년 4월 8일 19시 47분


“‘장학퀴즈’ 장원이 됐다고? 우리 고장 인재났네!” 덩실덩실….

중고생들의 재주를 겨루는 ‘장학퀴즈’프로가 방송되는 날이면 온가족이 TV앞에 모여 앉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은 “‘장학퀴즈’가 여태도 있어요?”라고 되묻는 사람이 더 많다. 어느덧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버린 ‘모범생들의 잔치’.

그러나 70년대식 엘리트에 대한 향수가 고조되는 IMF시대의 영향일까.‘장학퀴즈’에 다시 학생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MBC에서 바통을 이어받아 매주 일요일 오후4시반 이 프로를 내보내는 교육방송(EBS)제작진은 요즘 쇄도하는 출연신청에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지난해까지는 출연 교섭을 위해 일선 학교를 뛰어다녀야 했지만 지금은 상반기까지 출연예정자가 꽉 찬 상태.

‘장학퀴즈’는 한국기네스북협회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최장수 TV프로다. 73년2월 첫 방송을 시작했으니 이제 만25세. 청소년 문화가 상전벽해된 것처럼 이 프로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우선 스튜디오의 분위기. 학교의 명예를 어깨에 짊어진 각 고교 엘리트들이 긴장해 흘리는 식은땀 대신 이제는 신세대의 발랄함이 가득찬다. 엘리트의 개념이 예전의 ‘공부 잘하는 모범생’에서 ‘아는 것도 많고 놀기도 잘하는 날라리’로 변한 사회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된 것.

퀴즈도 예전의 단답식에서 요즘은 즉석 논술과 영어듣기 말하기, 팝송 미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기발한 형태의 문제가 주어진다. 7주 연속 우승자(예전의 기장원에 해당)에게 대학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주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한창시절 40%대까지 치솟았던 시청률은 채널이 바뀔 즈음엔 4%대에 불과, 프로폐지 위기도 여러번 겪었으나 협찬사인 SK(옛 선경)그룹의 정성으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했다. 요즘은 6%선.

사회학자들은 ‘장학퀴즈’류 모범생프로의 쇠퇴는 첫째, 전통적인 우등생의 의미가 퇴색함에 따라 모범생끼리의 경쟁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관심이 줄었고 둘째, 청소년을 겨냥한 볼거리가 화려하고 자극적으로 된데 따른 당연한 추세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요즘 그같은 분위기가 반전되는 듯한 징후를 보인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엘리트의 의미가 다시 강조되고 사회전체에 곤궁한 분위기가 떠도는 IMF시대의 한 단면이다.

〈이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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