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오페라계의 대모(代母)로 알려진 김자경씨와 작고한 마금희씨가 주인공 비올레타역을 맡았던 ‘춘희’는 첫 오페라인 탓에 많은 일화를 남겼다. 그 중에서도 백미(白眉)는 한 좌익신문의 평이었다. 제목부터 ‘라 쿰파르시타(탱고곡)’로 틀리게 적고 ‘오페라는 귀족의 취미에나 맞지 인민 대중의 것은 못된다’고 비평했다. 소련에서도 오페라가 성행했던 점을 생각하면 당시 오페라에 대한 인식의 무지를 읽을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그로부터 일취월장해온 한국 오페라계는 올해 50주년을 맞으면서 9일 기념심포지엄을 열어 21세기를 향한 새 방향을 모색한다. 18일 저녁에는 솔리스트만 70여명이 참가하는 장장 4시간짜리 대형공연을 준비중이다. 한국 첫 오페라의 주역 김자경씨는 28일부터 역시 ‘춘희’를 예술의전당 무대에 기념작품으로 올린다.
▼그러나 50주년 잔치를 준비하는 성악인들의 표정은 밝지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한파 속에 대기업의 협찬이 전무하자 대부분 민간오페라단들이 공연기획 자체를 포기해 설 무대가 없기 때문이다. 성악인들은 예술의 전당에 오페라 하우스가 있지만 뮤지컬이 더 자주 공연돼 ‘뮤지컬 하우스’로 오해될 지경이라고 하소연한다. 종합예술인 오페라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았으면 한다.
임연철<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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