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과잉생산-덤핑 악순환…생산 자율조정 시급

  • 입력 1998년 4월 8일 19시 19분


해외 반도체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금난을 겪고 있는 국내업체들이 물량공세로 제살 깎아먹기식 과당경쟁을 벌여 가격 폭락을 자초하고 있다.

8일 산업자원부와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현대 LG 등 국내 반도체업체가 올들어 반도체 현물시장 공급물량을 50% 이상 늘리면서 국제가격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특히 현금사정이 급한 일부 업체는 국제시세가 개당 12∼13달러인 64메가D램을 8∼9달러에 내다파는 경우가 적지 않아 다른 업체들도 가격인하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또 반도체 선발주자로 대부분의 물량을 해외 컴퓨터회사에 장기 공급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거래처에서 장기공급 물량에 대해서도 가격을 깎아달라는 요구가 거세져 채산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업계는 작년 반도체 가격 폭락 이후 가격유지를 위해 업계간 자율적인 생산조절을 논의해왔으나 국제통화기금(IMF)위기 이후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일부 업체들이 이를 외면, 생산을 다시 대폭 늘리고 있는 상황.

국제적인 조사기관들은 올초부터 세계 반도체 메모리시장이 3∼6% 공급과잉이라고 경고해왔으며 이에 따라 대부분의 외국업체들은 생산을 축소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대만 반도체업계의 주도적인 과잉공급에 이어 우리나라 업체까지 물량공세에 나서자 1월 이후 반도체 국제시세는 △64메가D램이 18달러에서 12달러로 △16메가D램이 3달러에서 2.7달러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각사가 반도체 장기공급 거래처는 확보하지 못한 채 무조건 생산만 늘려 국내 반도체 업계 전체가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업계의 자율조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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