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그곳에 가고싶다]인천앞바다 용유도

  • 입력 1998년 4월 8일 19시 19분


몇년전 이맘때. 우리 부부는 부모님을 모시고 인천앞바다 작은섬 용유도에 다녀온 적이 있다. 철들 무렵부터는 부모님과 여행을 가본 적이 없었지만 아내의 제안으로 함께 간 것이다.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인천에서 배를 타고 줄지어 따라오는 갈매기들과 함께 영종도에 도착하니 부두앞에 용유도행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도 거의 한시간 가까이 달려서야 섬에 도착했다.

초행의 낯섦은 선글라스를 낀 택시운전사 아저씨의 흥겨운 노랫소리로 사라져 버렸고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오색의 꽃과 나무는 봄기운을 만끽하기에 충분했다.

유난히 파란 하늘을 쳐다보다 창 아래를 내려다보니 어느새 갯벌 가운데로 나있는 좁고 긴 다리 위를 달리고 있었다. 바닷가가 고향인 부모님도 창밖 풍경에 흠뻑 취하신 표정이었다.

용유도 을왕리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을 듣고 차에서 내리자 푸른 서해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썰물로 드러나있는 바위에 붙어있던 굴을 몇개 따먹고 나서 우리는 섬 반대편으로 갔다. 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을 지나치자 눈부시게 하얀 백사장이 다시 나타났다. 서해도 이렇게 아름답구나. 투명한 바닷물은 마치 여기가 동해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게 할 정도였다. 싱싱한 회와 얼큰한 매운탕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한폭의 수채화같은 노을을 뒤로 한 채 우리는 귀가길에 올랐다. 모처럼 나들이에 피곤하신 듯 차안에서 잠이 드신 부모님을 바라보며 작지만 자식노릇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요즘도 집으로 돌아가는 퇴근길, 가끔 노을을 만나면 용유도 생각이 간절해진다. 신공항 건설로 공사가 한창일 텐데… 올봄에도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번 가봐야겠다.

전진(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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